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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Oct 29. 2022

첫 자취가 제주도 한 달 살기?!

제주행 비행기 이제 곧 이륙합니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날 밤, 미루기 신공으로 막판에 짐을 꾸역꾸역 겨우 다 싸고 기진맥진해 있었을 때, 그때 바로 잠자리에 들었어야 했. 그렇지만 한동안 제대로 된 목욕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또 열심히 씻었던 나란 사람...


 목욕 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정확히는 후회를.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하러 간다는 내 얘기에, 자기는 용기가 없어서 못 할 거라며 내가 멋있다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성향이어서, 그리고 본인이 그걸 너무 잘 알아서 스스로가 무리한다 싶은 선택은 절대 하지 않았다.




 ‘아... 나는 내 성향이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걸 가기로 했지... 혼자 밖에 나가는 거 버거운 일인데... 또 나 자신을 몰아붙인 건 아닌가... 괜히 간다고 했다...’ 아무도 가라고 한 적 없고, 등 떠민 사람도 없는데 혼자 알아서 ‘보이지 않는 손’에 밀려가던 마음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서 버렸다고 할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혼자 자취도 한 번 해본 적 없는 놈이 제주도까지 혼자 살러 간다고 했을까...’ 마음속으로는 이미 엉엉 울고 있었던 그때의 나 자신을 누가 봤다면, 아마 어디 외딴섬에 한 몇 년은 유배 가는 줄 알았을 거란 생각에 지금도 부끄럽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에 잠들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급하게 짐을 싸고 목욕하는 게 너무 힘들었는지(마음이 고됐던 거라고 포장하고 싶다.) 눕자마자 뻗어버렸다. 눈을 떠보니 허무하게 다가와 있던 결전(?)의 날. 취소하기엔 너무 많은 위약금들이 포진해 있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아, 다들 이래서 돈부터 쓰라고 하나 보다. 일단 돈을 걸어 놓으니까 안 움직일 수가 없네...


 다 늙은(?) 막내딸을 위해 친히 차로 공항까지 바래다주신 아빠 덕분에 나는 몸 편히 공항에 내려 체크인을 얼른 하고 들어갈 시간을 기다렸다. 그 짧은 한 달이 뭐라고(중간에 돌아와야 하는 일이 있어서 정확히는 기껏해야 나눠서 2주와 1주 정도였다.) 혼자 짐 챙겨 들고 가는 딸내미가 못내 걱정이었는지 엄마도 함께 공항까지 나오셔서 기다려 주셨다.




 부끄럽지만, 첫 자취가 제주도 한 달 살기라 엄마를 뒤에 두고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는 그 길에 왜인지 모르게 살짝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껏 얼마나, 부모님 품에서 보호받으며 사는 게 당연했으면 이럴까. 구차하지만, 떠나봐야 소중함을 안다고 그 순간부터 벌써 집이, 가족들이 그립기 시작했다.


 무사히 자리를 잡고 앉아 이륙하는 비행기 안. 내 모든 여행이 그랬듯 바퀴가 떠오르는 그 순간 벅찬 감정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부디 아무 일 없이, 그러나 부디 많은 일들로 가득찬, 나만의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기를.


오로지 그것만을 생각하며, 드디어 나의 제주도 한 달 살기 여행의 첫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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