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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Oct 29. 2022

지금은 선물 포장 중

한 달 살기 준비운동

 어느 정도 마음을 먹은 뒤부턴 이것저것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가용예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정해야 했는데, 내 경우엔 딱 성과금만큼만 쓸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 점은 크게 더 신경 쓸 부분이 없었다.


 그 다음으로는 어느 기간 동안 다녀올지, 그리고 어느 지역에 있을지 정해야 가장 기본이 되는 ‘숙소’를 예약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 예산 안에서 선택 가능한 숙소를 추리고, 그 기간에 예약이 가능한지 확인해서 숙소 예약을 확정하면 1차 임무 절반 완료. 그와 동시에 왕복 비행기 표까지 함께 끊어주면 제일 중요하고 큰 일들은 다 해결한 셈이다.




 여기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점은 뚜벅이 여행자였기 때문에 발생했는데, 한 지역에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그 근방에 있는 장소들만 여유롭게 여행할 것인지 아니면 여러 지역을 이동하면서 이곳저곳을 다 다녀볼 것인지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지고 마음을 내려놓을 시간 갖기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사실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는 게 맞는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성격상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아서 나는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기간을 세분해 지역별 숙소를 개별적으로 예약했다.


 이렇게 할 경우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는데, 숙소를 한 달 단위로 예약 시 누릴 수 있는 ‘할인’이 없어진다는 점, 중간중간 짐을 싸야 해서 선물이나 원하는 물건 등을 많이 사기 힘들다는 점(이건 내가 물욕이 많아서 생기는 부차적인 문제이긴 했다.), 뚜벅이라서 캐리어를 들고 숙소마다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그중에 캐리어를 들고 숙소를 이동해야 하는 점이 가장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그 부분은 언니가 가장 먼 거리인 첫 숙소에서 두 번째 숙소 이동 즈음에 하루이틀 내려와 도와주고 놀기로 해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질러버렸다.(그 뒤의 이동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그 뒤로는 카카오맵에 ‘제주’란 이름의 즐겨찾기 폴더를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 내가 가보고 싶은 밥집, 카페, 독립서점, 기타 자연경관 등등을 색깔별로 분류해 저장해 놓았다. 처음부터 완벽히 다 정해놓는 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또 떠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이미 한 달 살기를 해봤거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 등등을 참고해서 그때그때 장소를 더 추가했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든 생각이지만, 가고 싶은 장소를 되도록 많이 추가해 놓길 잘했다 싶다. 어느 가게가 언제 갑자기 휴무를 할지도 알 수 없고, 막상 일정을 짜다 보면 거리상 맞지 않아 포기해야 하는 목적지들이 생기는 경우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뭐 사실 그렇게 하지 않고 발길 닿는 데로만 가기에도 제주도는 매력적인 곳이 참 많았지만,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저장해 놓은 데가 있다는 사실은, 내가 지치지 않고 다시 길을 나서게 해주는 좋은 자극이자 목표가 되어주었다.




 이렇게 외부적인 준비들이 어느 정도 되고 나면, 이젠 나 혼자서 한 달 동안 잘 살고 오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들을 챙겨야 할 시간이다. 요즘은 웬만한 게 다 구비되어 있고, 또 부족하거나 없으면 다*소나 올리*영 등등 전국 어디에나 다 있는 가게에 가서 구매하면 되기 때문에 준비물 목록 작성하고 챙기는 일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문제라면, 짐을 싸서 제주도에 간 뒤에도 세 번은 더 짐을 다시 싸고 펴야 한다는 점뿐... 아... 내가 괜히 옮겨 다니려고 했나, 짐을 싸면서 그 생각이 수십 번도 더 들었지만 그럼에도 무사히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정말 체력을 바겐 세일해서 99%쯤 할인한 인간이 있다면 자신 있게 손 들 수 있을 거 같은 나도 말이다. 그러니 캐리어를 여닫을 걱정보다는 다녀와서 후회할 걱정을 좀 더 많이 하고 일정을 정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


 그렇게 모든 짐을 얼추 꾸려서 적당한 크기의 백팩 하나(노트북과 기타 귀중품 등은 몸에 지니고 있어야 했으므로)와 24인치 캐리어 하나를 제주도 한 달 살기용 짐으로 정리해 두고 나니 정말로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곧,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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