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람, 대단한 사람.

'좋아'서 하는 일, '사랑'을 하는 사람.

by 양지음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면으로 봐도 흠집 하나 없는, 멋있고 괜찮은 사람이.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는 문과대학, 그중에서도 돈 안 되는 방면으로 특히 유망한(?) 국문학과를 선택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가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날의 어느 순간인가부터 숨쉬기처럼 당연해진 글쓰기가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문법을 틀리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란 이유 또한 제 학과 선택의 큰 기준 중 하나가 되었으니까요.


이런 완벽함에 대한 기준과 기대는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유효한 것이라, 저는 아무도 제게 쥐어주지 않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의 완벽하지 못함을 힘들어하곤 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여전히,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매력적이고 좋은 글을 만나면 마음이 설레다가도 사소한 문법 한두 가지가 잘못되어 있는 걸 발견하고서는 갑자기 그 작가님의 글이 읽기 싫어지기도 하고, 일상의 시시때때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뻗쳐 나가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완벽하지 못함을 미워하듯, 누군가의 흠이나 아쉬운 부분을 보면서 끊임없이 혼자서 불편해하느라 오히려 그 불편함에 제 자신이 괴로워지고 있다고 할까요.

이런 불편한 마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습니다. 그저 ‘이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니까.’란 말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다 이해해주길 바라는 게 화나서, 글을 쓰는 사람이 장인정신을 가지고 스스로의 글을 확인해 보는 태도가 없는 게 아쉬워서. 어쩌면 비겁한 변명밖에 되지 않을지도 모를 이유들이지만, 완벽함을 추구하는 제게는 크고 중요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한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그리고 그런 완벽한 사람만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노력해서 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미명하에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손보고, 틀린 문법이 없는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치는 사람이어야 대단한 사람이라고요. 저 또한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오면서, 그 정도의 마음가짐도 없이 사랑받고자 하거나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좋아함’에 알맞은 태도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은, 그토록 좋아해 마지않는 글쓰기조차도 제게는 어려운 일이었던 같습니다.

네가 좋아서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그 간단명료한 진실은 어디로 가고, ‘이런 문법조차도 틀리는 내가 글이란 걸 적어 다른 이들에게 건넬 능력이 있는 사람일까...’하는 생각에 빠져 한참을 헤매느라 바빴기 때문에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제가 멈춰서 있는 사이에, 조금은 서투르더라도 진솔하게 그를 향해 달려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쩌면 저는 그게 속상해 완벽하지 못함이 더 미워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그러나, 그 사랑이 완벽하지 않아도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을 저는 이제야 깨달아요.

진심이라는 건, 존재라는 건, 완벽하지 않은 게 없으며 또한 완벽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것을. 그저 네가 너무 좋아 내미는 손에는 어떠한 악의도 없어서, 그 손을 마주 잡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온기가 전해진다는 사실을요.

그렇기에 늘 중요한 건, 마음으로만 되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손을 내미는 일이란 걸, 몇 번이고 또 같은 힘듦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제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글 쓰는 게 좋아서, 나와 함께해주는 그들이 좋아서 반짝이는 눈빛에 망설임이 없었던 어제의 나처럼,

오늘의 나 또한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단한 사람’이기를

바라보는 어느 가을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