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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Jan 23. 2022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

퇴근길, 아파트 초입에 편의점이 있다.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에 종종 편의점에 들러 맥주 사들고 집에 온다. 


집에 와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그제야 회사 일은 저 멀리 날아가고, 진짜 내 삶으로 돌아온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3시간 남짓의 시간은 그렇게 맥주 한 캔, 두 캔과 함께 기분 좋게 흘러간다. 


이렇게 먹기 시작한 맥주는 하루에 1~2캔에서, 2~3캔으로 늘어났고, 불금에는 4~5캔으로 더 불어났다. 한 주에 1~2일 마시던 것도, 이제는 한 주에 1~2일 빼고 매일 먹게 되었다. 


맥주 먹는 양과 횟수가 늘면서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생겨났다. 먼저 잠을 푹 자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아침에 피로가 가시지 않은 채 출근을 하고, 겨우 하루를 마치고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저 맥주 한잔 말고는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특히 불금에 평소보다 더 많은 맥주를 마시고 나면 아까운 주말을 망치게 되었다. 토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밥을 먹고 나면 오전이 금방 지나갔다. 상쾌한 기분으로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집안 정리도 하고 외출도 하고 싶었는데 게으름으로 시작한 하루가 알차게 보내질 리 없다. 


다음으로 체중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맥주와 같이 먹는 안주, 과자 모두 살찌는 것들이다. 술이 들어가면 포만감이 무뎌진다. 술이 안주를 부르고 안주가 술을 부른다. 당연히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술은 나의 다양한 즐거움을 빼앗았다. 술은 가장 쉬운 방법으로 만족을 가져다준다. 어떤 노력도 필요 없다. 그저 마시기만 하면 이내 즐거움이 찾아온다. 점점 더 나는 쉽고 게으른 만족에 의존하게 된다. 


아내와 산책의 즐거움, 격렬한 운동 후 찾아오는 상쾌함,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더 나은 삶에 대한 의욕이 맥주 한 잔의 '쉬운 즐거움'에 점점 쪼그라든다. 


그동안 나는 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일상이 술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가끔 필요할 때에만 술의 장점을 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를 속이지 않기로 했다. 항상 특별한 이유를 대며 '오늘만', '조금만'이라는 변명을 그만두기로 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해 더 집중하고 싶고, 더 상쾌하고 싶고, 더 열정적이고 싶은 나에게 결국 술은 내 안에서 가장 먼저 내보내야 할 가짜 즐거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술과의 주도권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는 아내와 함께할 수 있고, 몸과 마음에 이로운 진짜 즐거움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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