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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Feb 02. 2022

내가 일하는 것처럼 놀 수 있는 것

일하는 것처럼 놀 수 있을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 있었던가?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니 여행, 책, 피아노, 영화... 남들도 다 좋아하고 뭐하나 특별날 게 없는 것들이었다. 


여행을 정말 내가 좋아하는 건가? 여행 자체가 아닌,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낯선 곳에서 '긴장감과 함께 휴식이라는 해방감'을 좋아한 것이 아닐까?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보게 된 어떤 전문가의 인터뷰 중 한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어렸을 때 돈이 안되어도 굉장히 좋아했던 것들을 찾아봐라.
딱히 보상이나 그런 게 없었는데도 좋아하고 관심이 있었던 것을 찾아봐라.


그러다 우리 집 책장 한편에서 내가 젊은 시절에 쓸데없이 사서 읽었던 책들이 눈에 띄었다. 


기억 꿈 사상(카를 융) / 아직도 가야 할 길(스캇 펙)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 행복해지는 관심(아들러) / 융 심리학 입문 / 정신 요법의 기본 문제(카를 융) / 왓칭, 신이 부리는 요술(김상운) / 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율리히 슈나벨) /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최성애, 조벽, 존 카트맨) 등


'그래, 나는 사람의 마음과 감정,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구나'


돌이켜보니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과 마음을 이해하는데 관심이 많았다. 그러기 위해 나를 꾸준히 관찰하면서 크고 작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나의 내면 깊이 숨겨져 있는 열등감의 실체를 발견하고, 그것이 나의 감정과 생각, 행동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깨달았을 때, 그동안 나를 옭아매고 있던 굵은 쇠사슬이 단숨에 끊어지는 해방감을 느꼈다. 이후 열등감에 대해 깊이 탐구한 '아들러'의 책 속에 내가 알게 된 것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했을 때, 그때의 상황과 느낌을 구체적으로 찾아봐라. 


사회생활 속에 복잡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던 감정, 마음, 의미에 대한 경험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 스스로 '그까짓 것'이라고 폄하했던 것들이, 종종 어떤 사람의 우울함을 나아지게 했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특히 아이들을 좀 더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키우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래, 나는 마음과 감정 그리고 의미를 탐구하고 

그것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때 좋아하는구나'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인생을 다시 산다면,  스캇 펙과 같은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다. 카를 융과 같이 '심리학'을 탐구하고 싶었다. 종종 '뇌신경 연구'의 놀라운 결과를 보면서 '뇌'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동안 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렇게 잊고 살았던가?'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을 꿈꾸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좌절감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질 수 없는 것, 실현할 수 없는 꿈을 자꾸 꺼내보는 것은 오히려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안겨주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40대를 지나가는 지금 다시 '좋아하는 것'을 꺼내보려고 한다. '노는 것을 일하는 것처럼', '작은 성취가 계속 쌓이도록'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써서 내 삶에 주문을 걸어보려고 한다. 


지나온 40년은 살아 남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면, 
앞으로 40년은 사는 것이 행복하기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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