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공원 오늘의 인싸

합석 좀 합시다

by 케잌

1. 한강공원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잠자리가 날아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2. 그 자리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는지 좀처럼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3. 책장을 휙휙 넘겨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요란하게 쪽쪽 빨아먹어도 잠자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4. 다리 많고 작은 벌레가 놀러 왔다.

5. 저리 가라고 자꾸만 밀어도 계속 돗자리로 기어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6. 아기새가 날아와(떨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비행 솜씨였다) 잠자리와 다리 많은 벌레를 쫓아내 버렸다.

7. 작년 이맘때쯤에도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길에 떨어진 아기새를 종종 발견했던 기억이 났다. 이소 시즌이라고 했다.

8. 사람이 너무 가까이에 있으면 어미새가 다가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가급적 합석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기새 역시 내 자리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꾸 돌아왔다.

9. 본의 아니게 인기 많은 자리를 차지한 인간이 되어서 작은 존재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10. 아기새는 한참 동안 어미새를 부르는 소리를 내더니 드디어 가족을 만나 날아갔다. 즐거운 여름 보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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