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를 벗으면

빨주노초파남보

by 케잌

1. 흰색, 검정, 그 중간 어디쯤의 회색, 짙은 남색, 베이지색 정도의 색에 둘러싸여 살았다.

2. 어느 순간부터 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내내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가 벗어던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3. 색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었던 기억 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산호가 가득한 말레이시아의 다이빙 스폿에서 다이빙을 했을 때였다.

4. 채도 높은 극강의 쨍한 색들의 대향연이었는데, 지상에서 보지 못한 그 화려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5. 원데이 클래스로 찾아간 드로잉 수업에서, 초등학교 이후 써보지 않았던 형형색색의 색연필, 크레파스, 물감, 사인펜, 파스텔 등의 재료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6. 뭐부터 써야 할지 몰라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즐겁다'를 넘어 '신난다'는 기분에 잔뜩 취했다.

7. 퇴사를 하고부터는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거나 여기저기 걸어 다닐 여유가 생겼다.

8. 도시에 이렇게 많은 색이 있는 줄 몰랐다.

9. 계절이 변하면서 풍경의 색이 바뀌는 걸 알아채며 감탄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10. 내 인생에 더 많은 색들이 더해지면 좋겠다. 자꾸 색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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