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에 대한 잘못된 기준
1. 간밤에 더워서 잠을 설쳤다.
2. 이제 정말 가을인가 싶게 서늘하다가도 한 번씩 언제 그랬나 싶게 더운 날이 있다.
3. 여름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단박에 가버리지 않고 자꾸만 흔적을 남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4. 얼마 전 친구와 '아름다운 끝맺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5.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환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6. 한참 인기가 많았던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이름이 알려진 많은 사람들이 이전의 영광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볼 때, 너무 쉽게 '한물갔네'라거나 '그때 은퇴를 했어야지, 구질구질하게'라고 욕을 한다.
7. 커리어의 정점일 때, 가장 멋지고 좋은 모습을 남기고 떠나야 한다는 강박이 나름대로 내리막길을 잘 걸어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불편해하고 심지어 불쾌해하는 태도를 만든다.
8. 그런 마음은 결국 돌고 돌아 우리의 늙음을 대하는 태도에도 드러나지 않나 싶다.
9. 찬란하던 순간 이후에 일어나는 수많은 시간을 궁금해하지 않고 자꾸만 지워버리고 싶어 할 때, 우리는 스스로와 서로의 구질구질함을 받아들일 여유를 잃게 되는 것 같다.
10. 한참 위력을 떨치던 더위가 간 듯싶다가 자꾸 슬쩍슬쩍 돌아오길 반복하고, 마침내 완전히 힘을 잃어버리는 모든 순간을 지켜보리라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