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와 어린이말로 감정 표현하기

냅다 직구로 확-

by 케잌

1. 외국어로 이야기할 땐 본의 아니게 아주 솔직한 사람이 된다.

2. 돌려 말하려 해도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단어를 냅다 내뱉는 수밖에 없다.

3. 비아냥거리기, 떠보기, 반어법, 시니컬하게 말하기 다 안된다.

4. 구구절절한 맥락 설명도, 찰떡같은 비유도, 같은 말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 역시 할 수 없다.

5. 말의 뉘앙스와 섬세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할 때 나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6. 어린이와 이야기할 때에도 조금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7. 사용할 수 있는 어휘가 제한적인 데다가 어른들의 대화에서 으레 겹겹이 처치는 '체면과 자존심 필터'까지 제거된 아주 날 것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는다.

8. 나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단순 명료하게 핵심만을 이야기해야 어린이와 오해 없이 대화할 수 있다.

9. 이렇게 냅다 직구로 주고받는 대화를 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섬세하고 유려한 표현' 뒤에 교묘하게 감정을 숨기며 대화하고 있었구나를 깨닫는다.

10. 가끔은 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단어 하나를 그대로 전달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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