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는 맛있었고, 통화는 반가웠으며, 괴물 놀이는 재미있었다
1. 치과에서 잇몸치료를 받았다.
2. 마취주사를 맞았는데도 너무 긴장이 돼서 잔뜩 힘을 주고 있었더니 어깨가 너무 결렸고, 왼쪽 아랫입술과 턱은 얼얼해서 제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3. 마취 풀리기 전까지 음식을 씹지 말라고 안내를 받았는데, 마침 남편이 맛집에서 사 온 거라며 바게트 빵을 주었다.
4. 한사코 거절했으나 지금 먹지 않으면 맛이 없어진다며 당장 오른쪽으로 씹어 먹으라고 자꾸만 권했다.
5. 오른뺨 안쪽으로 빵을 최대한 쑤셔 넣은 후에 우걱우걱 씹어먹는데 입술이 제대로 닫히고 있기는 한 건지 감각이 없었다.
6. 이렇게까지 꼴 사나운 모습으로 빵을 먹는 와중에 맛은 있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7. 오늘따라 전화가 많이 와서 새는 발음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쓰며 말을 참 많이도 했다.
8. 동네 꼬마들이 괴물 놀이를 하자고 하길래, 나는 오늘 치과에 다녀왔으며 마취주사까지 맞아서 매우 아픈 상태라고 엄살을 부려 보았다.
9. 왜 '망치주사' 같은 걸 맞았냐며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맴돌더니 그래도 괴물 놀이를 하는 게 좋겠단다.
10. 세상이 나의 잇몸치료를 지지해 주지 않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