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왜 둘째를 안 낳아

그냥요

by 케잌

1. 둘째를 낳지 않을 거냐고 묻는다.

2. 지나가는 길에, 놀이터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맥락 없이 불쑥.

3. 애초에 진지하게 긴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들어오는 질문인지라, 나는 이것이 진짜 질문이 아님을 감지한다.

4. 내가 어떤 대답을 하든 상대의 다음 말은 정해져 있다.

5. 나는 아이 한 명으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하면, 애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형제자매가 있어야 의지가 되고 외롭지 않다고.

6. '한 명만 키우기에도 힘들어요'라고 엄살을 부려보면, 몇 년만 고생하면 지들이 알아서 클 것이고 좀만 크면 둘이 잘 놀 거니까 힘들 것이 없다고 한다.

7.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애 키우는 게 힘들 게 뭐가 있냐고, 그런데도 요새 부모들은 자기 편한 것만 찾느라 애들만 불쌍하다고도 한다.

8. 나는 당신이 왜 내 인생에 이러쿵저러쿵 참견을 하느냐고 되받아치지 않는다.

9. 그저 웃어넘기는 이 말들이 자꾸만 소복소복 쌓여서 어깨가 콱 뭉치는 것 같다.

10. 내가 당신의 삶을 존중하는 만큼 내 삶을 존중해주면(아니, 그냥 관심을 갖지 않아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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