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1. 어린 시절에 무엇을 무서워했었나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난 참 무서운 게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2. 난 한동안 강시를 매우 매우 무서워했는데, 초등학교 때 옆집에 놀러 가서 청소년 관람불가 강시 영화를 몰래 본 것이 화근이었다.
3. 그 후 일주일 동안 꿈속에서 강시가 쫓아와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4. ‘전설의 고향’을 너무너무 무서워해서 TV에서 나오기만 하면 피해 다녔는데,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예고편이 화면에 나올 때면 기겁을 했다.
5.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온갖 괴담이 돌았고, 그 덕에 과학실, 음악실, 미술실이 죄다 무서웠다.
6. 옷장 문이 열린 틈이나 문 뒤쪽도 무서웠고, 화장실에서 혼자 머리를 감는 것도 무서웠고, 캄캄한 것도 무서워서 불을 켜고 자곤 했다.
7. 나는 여전히 누가 무서운 얘기를 한다고 하면 귀부터 막고, 무섭거나 잔인한 영화는 전 국민이 다 본 흥행작이라 하더라도 보지 않는다.
8. 어릴 때 내가 무서워하던 대상은 허구의 세계에 존재하는 무언가였는데, 이젠 그 대상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세상으로 넘어온 것 같다.
9. 매일을 그냥 살아가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10.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데에 나의 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