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네를 탈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방정맞은 토끼와 명상

by 케잌

1. 연필 꼭지를 샀다.

2. 그네를 타는 토끼 모양인데, 연필 끝에 꽂아 놓으니 아주 귀엽다.

3. 게다가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그네가 아주 방정맞게 움직여서, 글씨를 쓰는 동안 토끼가 쉴 새 없이 그네를 탄다.

4. 떠오르는 생각을 받아 적을 때면 잊기 전에 써야 한다는 생각에 종종 손이 급해진다.

5. 그리 급하지 않은 것을 적을 때조차 무심결에 빠르게 갈겨쓸 때가 많다.

6. 글을 쓸 때 손에 불필요하게 힘을 잔뜩 주는 습관이 있어, 조금만 길게 쓸라치면 팔이 아파서 중간에 팔을 세차게 흔들어 풀어주어야 한다.

7. 그네 타는 토끼는 정신없이 내달리며 과도한 힘을 쓰고 있는 내 눈길을 잡아 끄는 효과가 있다.

8. 팔랑팔랑 움직이는 그 모습을 무시하고 글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나는 꽤 자주 토끼를 알아차린다.

9. 그럼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다.

10. 손에 힘을 풀고, 글씨를 가다듬고, 생각을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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