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잘못에 관대합니다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by 케잌

1. 김치가 가득 담겨있던 반찬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2. 반찬통이 미끄러지며 옆에 있던 그릇을 건드려, 그곳에 담아둔 반찬도 후드득 같이 떨어졌다.

3. 다행히 그릇은 깨지지 않았지만 새빨간 김칫국물이 벽면을 타고 흘러내렸고 김치와 각종 반찬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4. 혼란을 틈타 메추리알은 방문 앞까지 굴러 탈출을 시도했다.

5. 이 모든 걸 떨어뜨린 게 나고, 탓할 사람도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6. '무슨 일이야'하고 남편이 달려오고, 아이도 '뭔가 흥미로운 사건이 발생했군!' 하는 표정으로 냉큼 뛰어왔다.

7. 남편은 잘 숙련된 요원처럼 즉시 김치를 치우기 시작했고, 아이는 괜찮다며 나를 위로하더니 방문 앞의 메추리알을 집어다 주었다.

8. 닦아도 닦아도 김치 냄새가 없어지질 않았다.

9. 급한 대로 대충 치우고 바로 밥을 먹었는데 그새 밥과 반찬이 모두 식어버렸다.

10. 아니, 이런 날도 있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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