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의 요식행위

케이크는 미안해. 내가 먹을게

by 케잌

1. 생일을 맞은 지인과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빈손으로 가기가 뭐해서 케이크를 샀다.

2. 문제는 생일의 주인공이 케이크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3. 선물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취향도 정확히 몰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4. 그냥 축하의 마음만 건네기에는 충분히 가깝지도 그렇다고 충분히 멀지도 않은 애매한 관계처럼 느껴졌다.

5. 차라리 먹지 않을 케이크라도 준비함으로써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한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6. 받는 사람 입장에선 아무런 효용이 없는 행위이고, 주는 입장에서도 그다지 보람 없는 일에 돈과 노력을 지불한 셈이다.

7. 엄밀하게 실용적인 측면에서 볼 때는 도무지 쓸모없는 요식행위를 일상에서 심심찮게 마주한다.

8. 아무도 좋아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힘만 드는 그런 일들 말이다.

9. 그나저나 요식행위라는 말이 '일정한 방식을 필요로 하는 법률행위'라는 법률용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10.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표시하는 데에는 진짜 마음보다는 일정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믿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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