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아까운데 보는 사람은 아까운

나의 상품가치

by 케잌

1. '너무 아깝지 않아?'

2. 내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흔하게 보였던 반응이다.

3. 고학력에 한 때 고연봉 회사를 다녔기에 그걸 제 발로 걷어차겠다고 했을 때 배부른 짓 한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었다.

4. 아깝다, 계속 다녔으면 누렸을 경제적 여유와 사회적 지위가 회사를 그만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으니까.

5. 하지만 내가 얻게 된 건강과 좀 더 너그러워진 마음, 목적 없는 시간들이 지금으로선 만족스럽기 때문에 이 상태를 바꾸고 싶진 않다.

6. 여전히 내 지인들은 고작 그걸 얻겠다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걸, 배가 불러서 아까운 줄도 모르고 놔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7. 벌 수 있을 때 벌어둬야 한다는 말도 맞고 경제적인 불안도 당연히 느끼지만, 가늘고 길게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와 가족을 부양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8. '니 재능과 머리가 아깝다'라고 칭찬과 비난을 섞어 다양하게 '아까운' 포인트들을 짚어내기도 하는데, 나는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노는 것도 아주 잘하는 사람이므로 내 지능과 머리를 고용주에게 안 나눠주고 내가 오롯이 다 써먹고 있는 게 그다지 아깝지 않다고 말해준다.

9.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10.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상품가치가 높은 것을 잘 정제해서 시장에 내놓고 외부의 인정을 받는 것도 물론 너무 중요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관점으로도 내 삶을 바라보기 위해 계속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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