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함은 빼주세요, 제품만 받을게요
1.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친절한 서비스를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게 되었을까.
2. 제품과 서비스와 돈을 사이에 두고 만난 사이에서 친절은 응당 돈을 지불하는 쪽이 제공받는다.
3. 언제나 상냥한 표정, 극존칭의 언어, 무리한 요구도 들어주는 태도 같은 걸들을 기대한다.
4. 이런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바람에 아주 사소한 불친절,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불친절이라기보다는 과도한 상냥함의 부재는 금세 눈에 띈다.
5. 그리고 이건 쉽게 불쾌감, 불만, 분노로 연결된다.
6. 이렇게까지 친절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회에서 평소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이렇게까지 불친절하다는 것이 참 미스터리이다.
7. 친절함이라는 것이 내가 돈을 지불했거나, 언젠가는 지불할 수도 있는 소비자의 지위에 있을 때에만 누릴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기에 이리도 집착을 하는 걸까.
8. 친절함이 돈에 따라붙는 것이 너무 당연해져서 ‘공짜 친절’ 같은 건 사라지는 세상이 올까.
9. ‘친절 프리미엄’이라는 게 생겨서 제품+친절함은 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친절함은 빼주세요. 제품만 받을게요’라고 선택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무뚝뚝한 서비스를 받는 옵션이 생길까?
10. 친절은 양방향으로 흐르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에 강한 의심이 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