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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연 Aug 17. 2021

"채움과 동시에 소진되는 일"

기자가 중간에 직접 나와 현장을 설명해주는 걸 '브릿지' 혹은 '스탠딩'이라고 한다. 시청자와 기사의 가교역할을 한다.

"채움과 동시에 소진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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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하루동안 이 업계에서 리포트라고 불리는 취재기사가 아니더라도 단신기사도 수없이 써야한다.


맡은 출입처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보고 읽기쉽게, 이해하기 쉽게 쓰는 일도 하고 어떤 사안에 대해 취재한 내용이나 각 기관의 장이 브리핑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쓴다.


기사의 생명은 빠름이기 때문에, 어쩔땐 하루가 흘러버린다거나 발생시간이 지나면 그 기사는 죽은정보가 된다.


어찌됐든 기록으로 남기는 하지만, 내가 이미 취재해 보도했다거나 혹은 타사에서 이미 보도된 기사 외에도 속보성이 있는 기사에 힘줘야 하는 이유다.


더해진 정보가 남아있는 또 다른 기사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기사는 대개 앵커가 대략 설명을 하고  "~기자의 보도입니다"라고 하는 앵커멘트를 포함해서 1분30초~2분30초 정도인데, 그 안에 들어갈 화면과 기사를 쓰기위해 정보를 얻으려면 하루 내지는 수 일을 꼬박 들여야하기에 에너지소모가 크다.


그 과정에서 취재원과의 알력도 분명히 발생하고 때로는 취재원의 말을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하는 의심도 든다. 대개는 정보를 줄때 본인에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또는 이득을 보기위해서만 주기 때문이다.

행간을 잘 읽어내고 보다 객관성을 유지한 채로 기사에 녹여내야하는게 기자의 몫이다.


한 번은 제보를 하고 관련 CCTV를 넘기겠단 취재원의 말을 믿고 현장에 갔지만 그가 결국 변심하여 꽝났던 날이 있다.

끝까지 알려줄 수 없다는 취재원과 말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예삿일이고 때로는 이미 나간 기사에대해 반박 또는 항의전화가 이어져 하루를 꼬박 소모하기도 한다.


이모든게 기사로 시작해 기사로 끝나는데 기자의 숙명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는게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현타가 온다.


뭘 위해서 이렇게 아등바등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해서 '남는게'무엇인가 싶다.

기사가 남긴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기사에 채워가는 동시에 나 자신은 소모돼 가고있는 것이다.


그 간극을 융통성있게 잘 채워가는 것이 기자이기전에 성인 인간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또 그걸 채우기 위해 필요한게 이성뿐만이 아닌 감성, 취미, 단상, 사색 등의 행위인 것이고 말이다.


어제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오늘은 또 너무 힘들어 눈물이 날 것만 같고, 오늘은 그렇게 힘들다가도 내일은 또 살만한.


그게 이 바닥의 섭리다.


하루는 초치기로 기사를 송고했다가도 또 다른 하루는 이미 애초에 완성돼있는 기사를 송고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 그때 그때 다른 법.


일희일비하지 말아야하고 하루 잘했다고 거만해지지 말아야하며 또 하루 실수했다고 주눅들지 말아야한다.

기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생의 모습이겠지 싶다.


여전히 정답은 내리지 못하고있다.

다만 처세술이 조금은 늘어가는 과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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