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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연 Aug 19. 2021

"불가근 불가원"

사람들과 있을 때는 프로페셔널, 혼자있을 땐 몽상가. 나의 MBTI 특징이다.

"불가근 불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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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과 어디까지 친해져야 하나. 이것이 늘 고민이다.

아니, 고민할게 없어서 친해지는 정도를 두고 고민이냐? 라며 이상하게 여길 수 있지만 기자들은 대부분 이걸 놓고 고민한다.


기본적으로 친해져야 취재거리도 얻고 제보도 받고 또  때로는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또 너무 친해지면 비판을 해야할 때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바닥 용어로 거칠게 '조진다'고 표현하는데, 눈치보며 조져야 하느니 안 친해지고 신랄하게 잘못을 비판하는게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음놓고 친해지지 못하고 대놓고 친숙해질 수 없는 숙명 아닌 숙명에 간혹 기분이 묘해진다.


내가 천성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하다못해 철철 흘러넘친다는 물고기자리여서 그런건지도 모르겠고 또 요즘 MZ세대가 꼭 한다는 Mbti성격 테스트 결과 INTJ가 나와서 그런지 모르지만, 남들과 있을 땐 나름 프로페셔널 해보이고싶어도 혼자있을땐 몽상가 기질이 샘솟는다.


그럴때마다 다시 생각해보면 어느 때는 울적하다.

어제까지 함께 막국수 먹고 두부전골 먹으며 친해진 출입처 사람들과 오늘은 다시 얼굴 붉히며 싸워야 하는 현실.

오늘까진 그 집 주말농장에 고구마 캐러간단 얘길 나누다가 내일은 또 언제그랬냐는 듯 원하는 자료 내어달라고 톤높여 다퉈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이바닥 인생을 하루살이라고 한다.


선배들을 보면 30대에도 40대에도 늘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사람마다 성향이 달라 사는모습도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론 늘 아이템 고민을 해야하고, 남들보다 빨리 알아내지는 못할 망정 놓치는일, 소위 물먹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만성피로는 영원한 친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챙겨먹지 않던 종합비타민과 홍삼을 조용히 꺼내어 본다.

공복에 먹는게 좋대서 아침에 출근전 홍삼팩을 쫍쫍 빨고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든다. 출근안하고 돈버는 직업도 있을까, 금수저 은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이 부럽다가도, 아냐 나도 나만의 인생이 있지 하고 자기 위안을 심어놓은 끝에 문을 나선다.


얘기가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지만 취재원과의 사이는 늘 고민이다.


하지만 그 간극에 난 철칙 하나를 두고있다.

절대 거짓말하지 않기. 좋은 취지의 취재를 하는 척 하면서 자료를 몰래 요구했다가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다거나 보도안할게요 했다가 보도해버리는 등의 행위다.

사실 수습딱지를 막 뗐을때는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던 적도 있다. 내가 쓰는게 다 기사고 내가 가는 길이 다 길인줄 알았던 어린 날의 얘기다.


그러나 기사를 쓰려고 내가 누르는 자판의 무게가 손 끝에 묵직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에, 이런 저런 고민도 같이 딸려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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