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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연 Sep 01. 2021

"카페 노마드"

비오는 날의 카페, 햇빛이 쨍한 날의 카페, 어쩐지 좋은 노래가 듣고 싶은 날의 카페. 모두가 소중하다.


"카페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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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거나 집안은 답답한데 딱히 갈 곳이 없을 때면 대개 카페로 간다. 동시대에 카페란 곳이 활성화돼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다.

해리포터라는 걸작을 탄생시킨 조앤롤링도 글을 쓸 때면 집 앞 카페를 찾았고, 노인과바다를 쓴 헤밍웨이도 집근처 펍이나 카페를 찾아 틈나는대로 종이를 펼쳐놓고 글을 썼다고 했다.


취준생일때도 카페는 내 은신처였다. 카페에 앉아 취업공고를 찾기도 했고, 정답없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동안에도 카페는 묵묵히 내게 장소를 제공해줬다. 아이스아메리카노나 아이스바닐라라떼를 조금은 덜 달게 주문하곤 했는데 음료 한개로 눈치가 보일때면 베이글이나 샌드위치, 와플 등의 디저트류도 함께 주문해 먹었다.


스무살무렵부터 자주 갔던 카페가 문을 닫기도 하고 개인 카페였던 곳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기도 하는 여러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그 무렵 내 다이어리엔 도장 10개가 임박한 카페 쿠폰이 쌓여가기도 했다. 


이후 나는 취업해서 두어번의 이직 끝에 지금의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일 특성상 늘 긴장해야하고, 쉬어도 쉬는게 아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쉽게 지치는데 그럴 때 난 또 습관처럼 여전히 카페를 찾는다. 


점심약속이 없는 날엔 부러 점심메이트를 찾지 않고 혼자서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주차하기 좋고 화장실이 깨끗하며 사람이 없으면 제일 좋다.

맛있는 디저트를 팔면 더더욱 좋다. 내가 자주 찾는 곳엔 카야쨈과 통버터가 들어간 토스트나 블루베리 크림치즈를 얹은 베이글을 팔기도 한다.


어떤 날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하계휴가를 내게됐는데 하루에 한 카페씩 도장깨기를 했다.

어차피 친구와 휴가일정을 맞추기도 힘들었고, 또 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기엔 어쩐지 애매한 상황에서 어찌보면 중간 타협점을 찾은 셈이었다.

태생적으로 혼자서도 잘 노는 나는 카페 도장깨기를 하면서 이렇게 글도쓰고 영어 유튜브 영상 찍기에도 도전했다. 영상은..자막치다가 지쳐서 아직도 편집 중이지만 말이다.(1인 미디어처럼 뚝딱뚝딱 편집하시는 유튜버님들 존경한다)


나와 희노애락을 같이 하고 있는 카페는 찾는 곳마다 특성도 다르다. 프랜차이즈 점을 제외하곤 당연히 사장의 취향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이를테면 배경음악으로 재즈를 틀어놓고 곳곳을 재즈가수들의 사진으로 도배한 곳이 있는가 하면, 엘피판을 틀어주고 벨벳으로 감싼 의자들과 (다 죽어가는)선인장으로 데코를 해놓은 레트로 느낌의 카페도 있다.

도심 외곽에 위치해있어서 와이파이에 비밀번호를 딱히 걸어두지도 않고, 에어컨 바람대신 강변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을 그대로 맞으라고 창문을 활짝 열어주는 곳도 있었다.

이곳 사장님은 노부부였는데, 카페를 찾은 느낌이라기 보단 이웃 노부부 집에 들러서 잠깐 쉬는 느낌을 받았다.(사장님은 손님이 있든없든 본인 개인용무를 봤는데, 이날은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 같았는데 딜러랑 싸우기도 했다)


커다란 창가 옆에서 글을 쓰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릴 때마다 강변에 자리잡은 벤치에 다양한 사람들이 쉬어가는 걸 보기도했다. 대개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잠깐 쉬는 듯 했는데, 앉아서 몸을 풀기도 하고 휴대폰을 잠깐 보기도 하고, 또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아가와 쉬어가는 한 노인도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다가 잠깐 쉬어가는 의자에 앉은 노인과 아가. 유모차에서 아가는 무슨생각을 할까.


일터와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신 또 찾기 어려울, 이 여유를 부지런히 눈과 몸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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