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닮은 사람>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 사진은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티저 영상 썸네일입니다.
이 책을 좋아할 것 같은 분
1)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을 보신 분
2) 한국 문학을 오랫동안 안 읽으신 분
3)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책을 읽어본 경험이 있는 분
간략한 책 설명
— 거의 10년 전인 2012년에 나왔던 정소현 작가의 소설집 《실수하는 인간》의 개정판입니다.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방영이 결정된 후 《너를 닮은 사람》으로 새 옷을 입고 나오게 되었어요.
— 표제작이자 드라마 원작인 <너를 닮은 사람> 외에도 7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2012년 작가의 말에 이어 2021년 작가의 말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책과 드라마는 뭐가 다른가?
— 저는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 며칠 동안 미쳐 있었고 덕분에 원작까지 찾아 읽게 됐어요. 일단 드라마와는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등장인물들의 직업, 나이 등은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데 전개나 결말은 거의 다르다고 보셔도 돼요. 단편을 어떻게 16부작으로 늘렸나 궁금했는데 책에서는 한두 단락으로 설명되는 부분을 드라마에서는 1~3부 정도로 늘린 거더라고요.
— 드라마가 늘어진다기보다는 단편의 특성상 몇 년 정도는 한두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그 부분을 드라마 작가의 상상력과 디테일로 채워넣은 느낌이었어요. 친절한 쪽은 당연히 드라마고요.
— 희주(고현정)와 해원(신현빈)이 독일어 학원에서 만나는 건 맞는데, 해원의 독일어 이름이 다릅니다. 드라마에서는 한나로 나오지만 책에서는 클라인으로 나와요(클라인은 '작다'는 의미를 지녔다고 하더라고요).
— 드라마에서는 리사와 호수가 맏이와 막내로 나오는데, 책에서는 맏아들과 둘째딸 리사로 설정이 돼 있습니다. 맏아들의 이름은 안 나왔던 것 같아요. 책의 화자인 '나'는 둘째딸 리사의 아버지가 누군지 정확히 몰라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의 희주가 유학을 간 지역은 아일랜드로 나오는데, 책에서는 독일로 유학을 갔더라고요. 왜 아일랜드로 바뀌게 된 건지 매우 궁금합니다..
— 드라마에서 희주를 좋아하게 된 서우재(김재영)가 처음에는 그저 과묵한 사람으로 나오다가(뭐, 처음에도 좀 이상한 면이 있긴 하지만) 나중에 돌변하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책에서는 원래부터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보여지지는 않아요. 능구렁이처럼 희주를 유혹했달까요? 드라마 후반부의 모습이 책에서의 모습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단편들
— <너를 닮은 사람들> 때문에 샀긴 했지만 다른 단편들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저는 정소현 작가님 작품을 처음 접해봤는데 뭐랄까요.. 좀 불쾌하고 께름칙한 이야기들인데 계속 계속 읽고 싶더라고요.
— 대체 그 매력이 뭐였을까 생각해봤는데 좀처럼 예상대로 가지 않았어요. 사실 한국문학 하면 뭔가 떠오르는 느낌이 있고 늘 그런 경로로 간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정소현 작가님 작품은 제가 생각했던 어떤 틀을 정확하고 크게 부수시더라고요. 틀에 박힌 인물인 것 같다가도 감조차 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놀랐던 것 같습니다.
— <너를 닮은 사람>뿐만 아니라 단편들이 전반적으로 가족 얘기가 주를 이뤄요. 물론 어디에도 행복이라곤 없습니다. 아주 그로테스크하지만.. 어쩌면 이게 진짜 가족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 다른 단편들 내용을 얘기하는 건 읽는 분들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이니 각설하고,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만 얘기해보려고요. <너를 닮은 사람>과 <실수하는 인간>, <지나간 미래>가 지금까지도 맴돌고 있네요.. <지나간 미래>는.. 여전히 충격이에요...
사족
— 전반적으로 작품들이 아주 으스스하고 그로테스크한 편입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거나 마음이 따뜻해지거나... 뭐 그런 것과는 아주 거리가 먼 작품이니 참고해주세요.
— 다만.. 그 이상하고 오묘하고 생경한 께름칙에 자꾸 손이 가게 되더라고요. 정말 엄청난 매력이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연말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추워서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 기온과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 편 한 편 음미하며 읽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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