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8 마음이 축축한 날

나 뭐 하고 있지...?

by 꾸준한마음

4년 전 즈음, 회사를 다니며 마음이 너무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내 탓도 해보고 남 탓도 해보았으나, 그래도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며 힘든 마음을 꽁꽁 싸매고 버텼다. 누가 그랬던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진 것은, 시간이 해결해준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 시간을 지나며 성장한 내가 해결해준 것이라고. 아마도 그 시간을 버텨낸 나는 마음이 조금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인생은 원래 힘든 거라고 했다. 원래 마이너스가 디폴트인데, 자꾸 사람들은 플러스의 순간 만을 기대한다고.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물론 달라지기야 했지만, 또 어찌 보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불안감에 마음이 힘들 때가 있다 (바로 지금ㅎㅎ).


삶을 한 권의 책에 빗대어 생각한다면, 대체로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것은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시작하는 순간인 것 같다. 아내/남편으로서, 며느리/사위로서, 부모로서,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고 그에 따라 삶의 가치관이나 우선순위가 바뀌고, 희생해야 하고 책임져야하는 것도 많아지므로 완전히 차원의 삶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아직 그것을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그렇게 할 자신도 아직은 없으므로, 당연히 나도 같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야겠다는 엄두는 나지 않는다. ㅠㅠ


하지만, 삶의 주요한 순간들을 함께 거쳐온 친구들이 하나 둘씩 그 새로운 삶의 장을 시작하는 것을 볼 때면, 나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들고야 만다.


유년기, 10대, 20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은 사회가 정해준 트랙을, 같은 속도로, 함께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또래가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달랐다. 이제는 내가 달릴 트랙을 내가 찾아야 했으며, 달리는 속도도 제각각이 된 것 같다.


삶을 살아가며 인연을 맺는 것을 버스를 타고 가는 여정에 비유한 것은, 그래서 참 위안이 되었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릴 수도 있고 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므로 누군가는 당연하게도 나와 다른 정류장에서 내릴 수도 있다는 것. 우연히 오랫동안 같은 버스를 타고 비슷한 여정을 함께 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그가 나와 같은 목적지를 갖고 있으리라 기대하게 될 수도 있지만, 서로의 목적지가 다르다면 언젠가는 각자의 길을 가야할 순간이 온다는 것. 혹 누군가가 버스에서 먼저 내리더라도 그것은 그의 목적지가 다르기 때문인 것이므로, 왜 먼저 내리느냐고 채근할 수도 없고, 나 때문에 내린 것이라고 자책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저 그렇게 될 것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비유였기 때문에.


당연히 친구들과 나의 목적지가 다르니, 같은 버스를 타고 영원히 갈 수 없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함께 웃고 울고 고민하고 위로하던 순간들이 소중하고 강렬했던 만큼, 더 이상 우리가 같은 버스를 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슬프고 아프다. 서로의 시시콜콜한 일상에 예전만큼 공감할 수 없겠구나.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일은 치열할 것이고 따라서 점점 더 녹록하지가 않을 것이므로, 자연스레 우리는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일에 소홀해지겠구나.


새로 같은 버스를 타게 된 사람과 새롭게 인연을 맺으면 되겠지만, 때때로 지금 내가 탄 버스에서 내가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들 때면, 멀어진 친구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짙어진다 (이또한 바로 지금..).


그러나, 언젠가 다른 버스에서 또다시 친구를 만난다면, 그때 또 멋진 모습으로 웃고 싶으니까. 슬픈 마음은 그만 접어두고 나는 내 삶에 충실해야 함을 안다. 친구들의 여정이 순조롭고, 행복하기를. 그리고 내 여정도 그러하기를. 그리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예쁘게 빛나고 있기를.


마음 줄 곳이, 마음 둘 곳이 필요해서 식물을 하나 들였다. 회사에 다니던 때에, 너무 힘들었던 마음을 스스로 도닥여보려고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돌보면서 잠시 나마 힘듦을 잊을 수 있었던 게 좋았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내 반려식물을 하나 찾아보기로 했다. 문득 예전에 몹시 기르고 싶었으나 이미 키우던 아이들이 많아 포기했던 식물을 하나 데려오기로 했다. 이번에도 식물로 마음이 치유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앞으로도 종종 힘들고 우울할 것이고, 또 때때로 즐겁고 행복하겠지만, 그렇게 삶의 이랑과 고랑을 오고가는 내내 그저 몸과 마음이 건강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별 일 없이 지나간 하루는, 알고 보면 모든 불운이 나를 빗겨간 감사한 하루' 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자.


그럼, 이제 다시 일을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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