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지나고

by 디어메트리

여름은 언제나 뜨겁고, 강렬하고, 조금은 벅차다.

한낮의 햇살은 눈부셨고, 매미 소리는 귀를 가득 채웠다.

친구들과 중문천에 발을 담그던 순간,

시원한 물살은 한 계절의 끝자락을 온몸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계절은 멈추지 않는다.

바람은 어느새 결을 달리하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진다.

마치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것들이

사실은 언제나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제 알 것 같다.

멈춰 있는 듯 보이는 나무도,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산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변화는 두려움을 데려오지만, 동시에 성장을 품고 있다.


여름이 지나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듯

내 안에서도 또 하나의 길이 열리고 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초입에 서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단단해진다.


이제는 바깥의 계절만큼

내 안의 계절도 살펴야겠다.

움직이고, 흘러가고, 변화하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조금 더 나를 돌보는 시간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2025년 9월, 가을로 들어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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