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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향 Sep 11. 2020

눈 맞춤으로 가리기.



나는 불안해질 때마다 너에게 주문을 외듯 얘기를 했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나는 두 번 다시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내가 질려버려 네가 몸서리치며 떠나가길 바라면서도, 자기 몸을 태워 밝히는 태양처럼 네가 나의 곁을 지켜주길 간절히 도 바랐다. 이런 류의 대화를 할 때면, 나는 일부러 너의 눈을 똑바로 보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뻔뻔하고 당당해 보이면 내 초라함이 조금은 가려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나의 초라한 밑바닥을 다 알면서도 나를 사랑했던 게 틀림이 없다.
너의 마음을 전부 태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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