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몸뚱이에 큰 간덩이를 가졌던 아이

아이유&강승원, Mother Nature (2022)

by 달여름

누구나 대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되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몸이 작아서 모든 게 거대하게만 느껴지던 시절, 나에게 바다라는 자연이 그랬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푸르름은 공포의 판도라 상자였다. 하지만 작은 몸뚱이에게는 큰 간덩이가 있었다.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잘도 바다에 풍덩풍덩 빠졌다. 오로지 탑블레이드 튜브에만 의존해 바다를 건너고 건넜다. 물론 바다의 끝에 닿고자 했던 큰 꿈은 어른들의 제지로 모두 실패했다. 어떤 날은 맨 몸으로 뛰어든 아저씨가 나를 구하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보트에 타고 있던 청년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물을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했다. 그래서 수십 번씩 물을 먹어도 바다만 보면 또 뛰어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나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큰 간덩이가 왜 이렇게 작아져버렸는지. 겁이 많아 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좀 더 크면 바다의 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몸이 큰 이후로는 바다에 발만 겨우 담글 뿐이다.


아이유의 목소리로 노래한 강승원의 ‘Mother Nature (H2O)’은 나를 순식간에 압도했다. 굉장히 멍한 상태로 걷고 있을 때 듣게 된 곡이었는데, 내가 걷고 있다는 걸 까먹을 정도였다. 러브레터처럼 글자를 꼭꼭 씹어 읽다가, 글자들에 한 음 한 음 얹어 흥얼대다가, 어느새 멜로디가 되어버린 글자들을 발판 삼아 살랑살랑 스텝을 밟고, 스텝 하나하나가 춤이 되어 땅에서 발이 떨어지고, 그렇게 하늘로 날아간다. 그리고 후회 없이 다시 땅에 발을 딛는다.


대자연을 보며 경외감을 느꼈던 한 인간이 대자연보다 더 웅장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난다. 그리고 그 사랑을 품는 거대한 대자연의 존재가 나 자신임을 깨닫는다. 'Mother Nature'은 그런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사극 영화 한 편이 동시에 떠오른다는 점이 재밌다. 한복을 차려입은 한 소녀가 알라딘의 양탄자를 타고 달빛이 내리쬐는 구름 위로 날아가는 장면 같은.



Mother Nature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세요)

뮤직비디오를 보며 소름이 돋은 건 오랜만이었다. 그 어떤 감독도, 배우도 이보다 이 곡을 잘 그려낼 순 없을 것이다. 마침내 두 사람이 우주에 다다라 춤을 추는 순간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바다를 무서워하면서도 바다에 뛰어들었던 나처럼, 두 사람 역시 두 개의 감정이 교차하는 듯 하다. 끝없는 벅차오름과 끝없는 두려움. 서로 나라는 대자연을 포기하고 너라는 대자연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어떤 재해가 닥쳐올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손을 잡아본다. 춤추는 두 사람의 표정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냥 알 수 있다. 두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바다에 발만 담그고 마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자연과 멀어진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갈수록 우리 또한 대자연의 일부임을 깨달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에 빠지는 순간 대자연의 신비로움은 모두 나에게 온다. 바다에 고래가 헤엄치듯, 산에 노루가 뛰놀듯, 초원에 얼룩말이 거닐듯, 내 안에도 생명이 샘솟는다. 사랑을 비롯한 감정들이 뛰노는 대자연은 나라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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