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살찔 수 있는 식당에 어서 오세요!

오기가미 나오코, 카모메 식당 (2006)

by 달여름

핀란드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는 대가 없는 호의를 베푼다. 첫 손님 토미에게는 평생 공짜 커피 쿠폰을 제공하고 생전 처음 만난 미도리에게는 본인의 집을 내어주기까지. 보통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는 정도다. 혹시 사치에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가게 사장님인 걸까?


“나는 살찐 동물에게 약하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너무 약하다. 엄마는 말라깽이였다.” (사치에 나레이션 중)


사치에의 엄마는 정말 말라깽이였을까?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사치에가 말하는 '찌고 마름'은 몸이 아니라 마음 뒤에 붙는 서술어 같았다. 그녀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체구와 상관 없이 모두 마음이 말라 있었다. 그들이 음식점을 찾은 이유는 몸을 찌우려 온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잔뜩 말라있는 마음을 달래보려 옮겼던 발걸음이 그곳에 멈춘 것. 물론 본인의 마음을 살찌워줄 가게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그들이 사치에의 가게에 발걸음하게 된 것은 우연과 운명 모두 작용했을 것만 같다. 우리가 퇴근 후 맥주 한 캔에 곁들일 완벽한 안주를 고심하며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유독 그날 확 땡기는 안주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카모메 식당이 있는 핀란드는 여유로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나라로, 여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유토피아 같은 곳이다. 그러나 핀란드도 마음의 허기로 굶주렸던 사람들에게는 속 빈 강정에 불과했을 터. 빈 속은 음식으로 채워야 하고, 빈 마음은 진심으로 채워야 한다. 사치에의 진심은 가게라는 공간에, 요리라는 행위에 고스란히 담긴다.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자 하는 진심. 사치에의 ‘이랏샤이’는 어딘가 다르다고 말하는 미도리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사치에의 진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그건 아마도 '말라깽이'였던 엄마가 아닐까 싶다. 사치에가 끝내 살찌울 수 없었던, 이제는 평생 살찌울 수 없는. 그래서 사치에는 누군가를 살찌우는 삶을 택했다. 다시는 소중한 누군가가 말라깽이인 채로 잠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 마음의 허기도 그렇게 채워져 간다. 손님 한 명 한 명, 나의 엄마를 반기듯 인사하며. いらっしゃ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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