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가장 나 다운 외침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리뷰

by 영원

관람 전부터 정말 많은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언젠가 지인을 뮤덕의 길로 이끈 작품이 바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끝나자마자 가장 처음 뱉은 말은 "우와 이거 쩐다,,!" 였다. 기대보다 훨씬 엄청났던 공연에 완벽히 매료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것이 양반 놀음' 넘버에 등장하는 오에오- 부분을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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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가 아는 역사 속 조선과는 조금 다르다. 바로, 시조가 국가이념인 가상의 조선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시조는 양반, 백성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문화예술이다. 사람들은 들리는 모든 것을 운율로 삼는다. 삶의 고통도, 불만과 기대도 모두 하나의 가사가 되고 시조가 되어 불렸다. 그러나 15년 전 모종의 역모 사건 이후 시조 금지령이 내려졌다. 양반에게만 시조가 허용된 세상에서 백성들은 자신들의 애환을 털어낼 방법도, 부당함에 저항할 힘마저도 잃어갔다. 그리고 이 혼란함 속, 나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단’과 누구나 자유로울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진’이 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 바로 누구나 자유롭게 시조할 수 있는 조선을 되찾는 것이다. 그렇게 단과 진, 그리고 골빈당 가족들은 15년 만에 개최된 조선 시조 자랑에 참여하게 된다.


170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숨죽이며 집중하게 만드는 이 작품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이 작품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저항서사이다. 통제와 폭력을 일삼는 권력 집단에의 투쟁과 저항 서사, 그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데,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특정 주인공들의 서사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 모두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특히 ‘골빈당’으로 대표되는 백성들의 연대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오랜 침묵 끝에 터져 나오는 존재의 외침이자 권력에 맞서는 문화적 저항으로 그려진다. 따라서 무대 역시 이런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두드러 지도록 연출한 듯했다. 무대 세트의 구성은 화려하거나 변환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원색의 조명을 사용해 인물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체 군무를 통해 이들이 가진 엄청난 에너지를 전달한다. 관객석에서 등장하거나, 넘버 도중 관객석으로 내려와 함께 호흡하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또 한번 몰입감을 높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시조'와 '랩'을 연결했다. 힙합과 랩이 미국 빈민가의 흑인들이 불평등에 저항하는 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 속 시조와 그 의미를 공유한다.


주인공 단과 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바꿔나가고자 하는 인물들이다. 역적이라는 누명을 쓰고 고아가 된 단은 <새로운 세상>이라는 넘버에서 자기 스스로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리라 다짐한다. 진은 시조를 금지한 최고 권력자 홍국의 딸로 태어났지만, 하지만 <나의 길>이라는 넘버에서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준다. 결국 단은 역적의 자식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예를 되찾았으며 골빈당 가족들과 함께 빼앗겼던 시조를 찾아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 시조와 골빈당을 사랑했고, 홍국의 역모를 밝히는 데 가장 크게 일조한 진은 이 기쁨을 함께 누리지 못하고 역적의 딸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었지만, 엔딩 넘버인 <시조의 나라(Reprise)>에서 비어 있는 진의 자리를 보며 느껴지는 먹먹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한국인이라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함을 느낄만한 장치와 언어유희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힙합 장르에서 출발한, 자신의 멋을 표현하고 즐긴다는 뜻의 Swag(스웨그)가 ‘수애구(壽愛口): 목숨(壽)을 걸고 시조 사랑(愛)을 외친다(口).’라는 단어로 변형된다. 또한 ‘골빈당’은 <홍길동전>의 ‘활빈당’을 연상하게 하고, ‘조선 시조 자랑’은 KBS의 모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만든다. 학교 다니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방원의 시조 ‘하여가’와 정몽주의 시조 ‘단심가’를 가사로 인용한 것도 반가운 점이었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단지 과거의 그들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세상을 바꿀 우리의 작은 외침 말이다.

내 안의 작은 외침이 나의 운명을, 그리고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면, 우리를 연결하는 '수액'을 느껴보고 싶다면 8월 3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를 방문해보길 바란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6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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