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 아닌 봄을 불러 줄게

2년 전의 나는 어떤 시를 좋아했는가

by 소나

너의 가슴 그늘진 숲속을 기어간 오솔길을 나는 헤매이자


울 듯 울 듯 울지 않는 전라도 가시내야

두어 마디 너의 사투리로 때 아닌 봄을 불러 줄게



이용악 <전라도 가시내> 중




문학의 힘은 시공간을 넘어서는 해석의 다양성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작품을 두고도 읽는 사람, 읽는 시간, 읽는 장소에 따라 감상이 다르니까요.



위 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로 이용악 시인의 <전라도 가시내>란 작품입니다.

시의 본래 주제는 일제강점기란 시대 상황 속에서 북간도를 떠도는 신세가 된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을 노래한 것인데요, 처음에는 저도 그 상황에 몰입해 읽다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이 시의 매력은 주제를 나타내는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공감적 위로의 다양성이라 느꼈습니다.


애당초 해당 구절들도 함경도 사내와 전라도 가시내 사이에서 느껴지는 연민을 표현한 것이기는 하나,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고 온전히 저의 개인적 상황만을 두고 감상하였을 때에도 저에게도 봄을 불러줄 것만 같은 위로를 받았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다시금 제가 국어를 공부하고자 했던 이유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수학시간과 문학시간이면 단골처럼 나오는 '이거 배워서 어디에 써 먹어요?'란 질문에 상투적인 답변을 하는 대신,

스스로 작품을 감상하고, 나와 타인의 감상을 함께 나눠보며 나만의 감상을 간직해보고, 궁극적으로는 삶을 살아가며 한 줄의 쉼이 필요할 때 꺼내보며 위로받는 시간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물론 전 사실 소설보다 시를 훨씬 훨씬 더 선호하는 편식적 독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유였지만요ㅋㅋㅋ)


그렇지만 작품을 분석적으로만 보다 보니 원래의 목적일랑 자연스레 잊혀지고 어느새 보자마자 한숨만이 나오는 존재가 되어버린 지금, 이 시를 통해 오랜만에 마의 입사 3년차를 벗어나 신입사원의 마음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달까요!


사실 3년까지 일해 본 적은 없어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ㅎㅎ

오랜만에 마주한 시 자체로의 감상은 힘든 마음에는 위로를, 잊고 있던 목표에는 방향을 던져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생각하곤 합니다. 작년의 나와 올 해의 내가 달랐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정해진 인생은 없다고!

어떤 경험을 하던 어떤 선택을 하던 모두 살아 갈 날들의 자양분이 되며 그 또한 너의 책임이란 것을!

그러니까 좀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살아보자고ㅋㅋㅋ 매 번 이렇게 다짐만 반복하는 하루하루 입니다...


하지만 뭐 어떱니까~오늘 하루도 한 발자국이나마 나아가고 무사히 하루를 견뎌낸 것! 그것으로나마 만족해보렵니다~~거창하기만 하면 그게 인생이겠습니까!!!안 그래요?!?!?


이상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항상 혼자서 급발진하는 이번 주의 일기였습니다 푸핰 남아있는 9월도 힘내보자!!


2022. 09. 26에 썼던 글입니다.

당시에 이 시를 읽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덕분에 지금도 정말 좋아하는 시입니다. 이용악 시인은 참말로 저의 마음을 울립니다.


시 하니까 떠올랐는데, 얼마 전 시민을 대상으로 시 쓰는 법에 대해서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우연인지 제가 대학교 때 강의를 오셨던 시인의 수업이더라구요!

아쉽게도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반가움이었달까요!


정말 시를 열심히 써봤거든요.

학기가 마무리되고 남은건 '역시 작가는 대단해' 였지만, 그 때의 무게감만 보자면 뭐 어디에라도 당선되고도 남았을거예요ㅋㅋ

물론 시라는 막연한 낭만에 갇혀서 심오함으로 점철된 글을을 써냈기에 내 마음 속 1등으로 끝났지만요.

지금 와서 20대 초반의 감성으로 버무려진 시를 다시 읽어본다면 금방 덮고야 말겠지만서도, 그런 내 마음 속으로 푹 빠져서 깊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참맛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옛날 블로그와 일기장을 뒤적이는데 참으로 다양한 날들을 보내왔네요.

역시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가봐요.

저 때도 분명 고민이 많았던 시기인데 말이에요.

저는 요즘도 하루하루가 고비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내가 나에게 부여하는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될까봐요.

가뜩이나 무거운 사회적 짐 속에서 허덕이는데 어느 한 쪽이라도 가벼우면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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