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골목, 관아골에서 만난 사람들
9월 25일, 재단 사업 중 하나인 ‘지속가능캠프’에 참여할 기회가 생겨 충주 ‘관아골’에 다녀왔다.
로컬 창업 생태계 활성화 우수사례를 탐방하는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충주는 지난 봄, “느긋한 서재: 방구석 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때 충주에서 공수한 음료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덕분에 복숭아와 사과가 유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님의 책이 배치되어 있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 이후로 충주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관광지가 아닌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저희는 6두품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보탬플러스 박진영 대표님은 자신을 ‘Local broker’라고 소개하며 관아골 활성화 사례를 들려주셨다.
관아골은 충청감영이 있던 자리. 600년 넘게 충주의 중심지로, 전통시장과 상가가 밀집한 동네였다.
대표님은 새로운 사람이 없는 동네에 처음 들어온 자신을 골품제로 외지인의 위치에 빗대어 설명해주셨는데, 최근 청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공감이 갔다.
“관아골에 들어온다면 세입자보다는 건물주를 선호해요.”
보탬플러스협동조합은 흥미로운 조직이었다. 각자의 본업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협업과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지원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이미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구조였다. 관광객을 겨냥해 일시적인 ‘핫플’이 되기보다 오래된 골목을 오랫동안 재미있는 동네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골목 도보 투어 중에는 ‘관아골하이라이트’, ‘평정&대림여인숙’, ‘복작 로컬종합상가’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대표님은 공간을 소개하기 전에, 어떻게 충주에 내려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먼저 들려주셨다.
공간을 살펴보기 전,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경험이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관아골이 단순히 골목이 아니라 하나의 마을로 느껴졌다.
나도 여기서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아골의 사람들은 각자의 스토리가 있었고, 내가 청도에서 느낀 매력과는 또다른 매력이었다. 모든 공간을 너무 짧게 지나친 것 같아 겨울에 꼭 다시 와야겠다 다짐하며 눈에 담았다.
하루 동안 대표님의 이야기를 따라다니며 느낀 것은 분명했다. 그 모든 활동의 바탕에는 관아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있었다. 광장 앞에서 열리는 담장마켓, 서로의 노하우를 전달하고 협력 방안을 나누는 반상회도 결국은 “이곳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외지인이 로컬에서 ‘사부작사부작’ 작당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의 모습과 닮아 흥미로웠다.
관아골에서 본 변화는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마을 전체로 번져 나갔다. 그걸 보면서 청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도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능력 있는 이들이 연고 없는 충주로 내려와, 골목을 살고 싶은 곳으로 바꿔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청도에 내려올 때 거창한 꿈을 품고 온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청도에서 보내는 일상을 통해 가족과 친구들이 이 지역을 알게 되고, 한 번쯤 놀러 오면서 매력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관아골의 사람들처럼 내년쯤, 청도에서 우리끼리 재미있는 작당을 벌려보고 싶다. 그 작은 시도가 청도를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라는 선택지에 올려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 기록한 사람 | 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