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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Sep 21. 2019

[다낭소리] 참기름 냄새가 싫어요

 참기름 냄새가 싫어요 

 호치민에서부터 계속된 방콕병이 아직도 낫지 않아 학교 갈 때를 제외하곤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일주일치 장을 보러 나갈 때도 택시를 이용한다. 


 오늘은 큰 맘 먹고 외출하는 날. 지난번 OJT때 만난 학생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 외국인 선생님이 홀로 방에 틀어박혀 있을까 봐 ‘선생님. 우리 놀러 가요.’하고 먼저 연락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도 고맙다. 


 도착했다는 전화에 급히 내려가 보니 처음 보는 얼굴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 이게 베트남 문화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한국 같으면 오늘 새 친구를 데려가도 되겠느냐고 미리 물었을 텐데 여기는 그런 말이 없다. 호치민에서도 몇 번 그랬었다. 가면 늘 새로운 사람이 있었고 또 아무렇지 않게 새 친구를 불렀다.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되었다. 


 인사를 하고 출발하려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아서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2인용 비닐을.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뒤집어쓰고 나는 앞에 탄 학생 등 뒤에 코를 박았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렇게 향한 곳은 태국음식점. 여러 가지 야채와 해산물을 넣고 끓여 먹는 핫팟에 망고 샐러드와  스프링 롤까지. 태국음식이라 해도 내겐 베트남 음식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해물 샤부샤부
학생들이 좋아하는 고기 샤부샤부
매콤한 망고 샐러드. 그린 망고를 사용해서 새콤한 맛이 강하다. 
바나나꽃 샐러드. 보통 샐러드에는 이렇게 생긴 과자를 곁들여 먹는다. 한국의 알새우칩 맛이 난다.


 그래도 모처럼 만난 학생들은 정말 반가웠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집에서 챙겨 온 한국 식품을 챙겨 주었다. 과자며 라면이며 많이 가져 왔지만 학생 수대로 딱 맞게 가져 온 탓에 남학생 몫이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더 챙겨서 줄 테지만 부러 장난을 쳤다. 미리 알려줬더라면 맞게 가져 왔을 텐데 몰라서 준비 못 했다고, 이 나쁜 친구들을 탓하라고 하니 학생 한 명이 인심 쓰듯 과자 몇 개를 내 준다. 금세 나쁜 친구에서 좋은 친구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약속 장소로 데려올 때 미리 묻거나 언지를 주는 것이 문화라고 알려주었다.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 온 한 학생은 가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었다. 대신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이번엔 내가 놀랐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느끼해서 못 먹었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물어보기까지 했다. 한국 음식은 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데 대체 뭐가 입에 안 맞았던 걸까? 국에 들어간 고기 기름? 전? 그럼 백반 같은 건 괜찮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학생의 말에 이해를 했다. 한국 음식-특히 어떤 음식을 시키든 같이 나오는 밑반찬-에는 참기름이 들어간다. 그 향이 자기와는 맞지 않았다는 말에 놀랐다. 참기름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거나 더욱이 힘들 수도 있다는 것, 나름의 문화 충격이자 편견을 깨주는 사건이 되었다. 어쩌면 내가 베트남에서 느끼는 불편도 이런 종류의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 많았겠다며 위로하는 내게 학생은 밥 대신 과자를 먹어서 괜찮았고 또 한국이 너무 예뻐서 음식 안 맞는 건 상관없었다며 웃어 보였다. 맞장구치며 불평을 쏟아 놓는 대신 성숙한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봐 주어 고마웠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는데 학생들이 내 몫까지 내겠다고 했다.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초대-먼저 밥을 같이 먹자고-한 사람이 계산하는 게 베트남 문화인가 본데 알면서도 늘 미안했다. 자꾸 이러면 다음부터는 같이 밥을 안 먹겠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속수무책. 결국 내가 커피 값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실 학생 네 명이서 내 밥값을 내는 것보다 나 혼자서 4인분의 커피 값을 계산하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 밥보다 커피가 더 비싼 상황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그런 걸 다 껴안고서라도 이렇게 늘 먼저 약속을 잡아 주는 학생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덕분에 이 낯선 도시가 더 정겹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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