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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Sep 22. 2019

[다낭소리] 도로 위의 욕쟁이

 도로 위의 욕쟁이

 베트남에서는 편히 걷기가 힘들다. 인도는 오토바이 주차장이 되고 그나마 남은 공간은 카페와 식당에서 내놓는 간이 의자와 테이블로 가득 찬다. 하는 수 없이 도로로 내려와 걷는데 그마저도 곳곳에 주차된 차량이나 인도로 올라오려는 오토바이가 걸음을 막는다. 혼자 걷다 보면 희롱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헤이! 유!"하며 부르거나 휘파람 소리를 내는 건 남미에서도 흔히 겪은 일이라 놀랍지 않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오면 무섭다. 일부러 내 옆을 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거나 왁 소리를 지르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놀라는 모습을 보려고 그런다. 불쾌하지만 더 겁나는 건 오토바이의 배기통. 파견 초부터 잠시 스쳐도 뜨겁고 데이면 화상을 입으니 배기통을 조심하라고 당부를 들어 왔다. 오토바이를 모는 입장에선 내가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도 않고 옆으로 바짝 붙었다가 또 쌩하니 지나간다. 


 길을 건널 때는 반대편에서 차가 오는지 계속 확인하며 걷는다. 오토바이는 괜찮다. 하지만 차는 정말 무섭기 때문에 웬만하면 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큰 차가 지나가고 나면 눈치를 보며 길을 건넌다. 가끔 내가 길을 건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뒤 봐주지 않고 세게 달려오는 오토바이가 있다. 그럴 땐 먼저 가도록 비켜주고 다시 길을 건넌다. 아니면 옆으로 천천히 걸으며 그가 나를 지쳐가 가기를 기다린다. 이런 식으로 걷다 보니 나는 앞으로 곧게 가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걷게 되었다. 횡단보도가 별로 없고, 있다 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 베트남에서 살아가려는 나름의 노력이다.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혼잣말이 많아진다. 대부분 이런 거다. '저 미친놈', '아니 어쩌라고. 니가 먼저 가라고', '안 갈 거면 비키든가' 뭐 이런 것들. 때로는 미처 삼키지 못한 욕이 입 밖으로 나올 때도 있다. 놀라면 '어머!'라든지 '깜짝이야!'같은 말이 안 나온다. 당장에 '어머 씨발' 혹은 '저 새끼가'하는 말이 튀어 나온다. 화가 많아진 걸까. 욕도 늘었다. 이제는 별 것 아닌 일에도 욕이 나온다. 


 어느 날은 욕을 뱉고 난 후 스스로 어이가 없어 웃었다. 20대 후반의 성인이라면 이런 쌍욕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이렇게 욕하는 걸 가족들이 안다면 정말 놀랄 거다. 나조차도 당황스러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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