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낭소리 Sep 22. 2019

[다낭소리] 내일 뭐 입지?

 내일 뭐 입지?

 개강 후 첫 고민이 ‘내일 뭐 입지?’가 될 줄은 몰랐다. 


 겨울 방학이 딱 일주일인 관계로, 기말고사 채점을 마치고 나니 눈 깜짝할 새에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수업이 있는 날에는 복장부터 점검하게 된다. 요새는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전날 옷을 챙겨 놓아도 마땅치 않아 바꾸기가 일쑤. 파견지가 대학 기관인 것을 고려해 나름대로 출근복을 많이 챙겨 온 것 같은데도 늘 고민이다. 


 향수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모기 물리는 것을 방지하지 위해서라도 향수 사용을 자제하라는 말에 하나도 안 들고 왔는데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 터라 몇 시간씩 연강을 하다 보면 땀이 나서 냄새에 더욱 민감해진다. 늘 학생들 가까이에서 수업하고 말하다보니 체취가 신경 쓰여 결국 향수를 구입했다. 


 내가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것은 전에 만난 원어민 강사 때문이다. 그 분은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중학교에 찾아와 영어를 가르쳤는데 날이 추우나 더우나 늘 비슷한 옷에 어그부츠를 신고 왔다. 그게 하도 이상해 보여 담임선생님께 여쭤 보니 당황해 하시다가 가끔 돈을 아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는 원어민 강사들이 있는데 이 분도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셨다. 


 충격이었다. 수업도 설렁설렁하는 사람이 그런 이유로 학교에 대충 입고 나오다니…. 그래도 자신이 경제 활동하는 나라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아닌가 싶어 화가 났고, 우리나라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싶어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파견 후 내가 외국인이거나 봉사자라는 이유로 단체티만 입고 다니지는 않겠다고. 평소에야 어떻게 다니든 춥거나 덥지만 않으면 되지만 수업할 때는 여느 선생님들처럼 내가 가진 가장 예쁘고 깔끔한 옷을 꺼내 입는다. 


 하지만 카디건으로 변화를 주거나 위아래를 바꿔 입기도 여러 번. 이제는 내가 정말 옷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옷장을 뒤적이며 ‘냉장고 바지 대신 블라우스 하나 더 넣어 올 걸’하는 아쉬움에 파묻힌다. 


작가의 이전글 [다낭소리] 도로 위의 욕쟁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