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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Sep 22. 2019

[다낭소리] 얘들아 밥 먹어

 얘들아 밥 먹어

 새 학기가 되고 나서 부쩍 신경 쓰는 것은 체력이다.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다섯 시간을 내리 강의하려니 늘 힘에 부친다. 이틀간 다섯 시간씩 연강을 하고 나면 목이 다 쉬어버리고 다리가 붓는다. 특히 이번 학기에 맡은 수업은 교사가 계속해서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학생이 얘기할 때마다 반응해줘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힘이 더 들어간다. 한 번은 수업하다가 머리가 핑 도는 걸 느꼈다. 위기감을 느끼고 아침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근 십 년 넘게 아침을 안 먹어 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란 쉽지 않다. 나는 회사 다닐 때도 아침을 먹지 않았었다. 눈뜨자마자 뭔가를 먹기는 힘들다. 일어나고 적어도 한 사오십 분은 지나야 허기가 지는데 내 수업이 늘 1교시라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나는 아침을 먹기 위해 수업 두 시간 전에 일어나기로 했다. 


 수업이 있는 날의 일과는 이렇다. 다섯 시쯤 겨우 일어나 멍하니 앉아 있다가 우는 소리를 하며 세수를 한다. 이 나라는 수업을 왜 이렇게 빨리 시작하는 거냐고 불평하다가도 곧 다가올 여름날 에어컨 없는 강의실을 생각하면 입을 다물게 된다. 속을 달래기 위해 차를 한 잔 마시고 한 삼 심분 쯤 지나면 밥을 차려 먹는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확실히 아침을 먹는 날에는 힘이 나는 게 느껴진다. 왜 예전부터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게 자녀들에게 아침 먹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는지 알 것도 같다. 


 이제는 내가 그 입장이 되어서 아침을 안 먹고 오는 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아침 7시 수업이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닌가 보다. 십 분만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오라는 내 말에 "선생님. 그 시간에 더 자고 싶어요."하며 배시시 웃는 걸 보면. 그 심정을 아니 더 말도 못한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나는 소소한 간식을 준비해간다. 수업 중간 중간 발표하는 학생들에게 초코파이나 소시지 묶음 같은 것을 나눠 주고 지금 바로 먹어도 된다고 하면 수업 참여도가 높아진다. 


 다낭이 고향인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아침을 먹고 오니 다행이지만 그 외의 사정은 뻔하다. 아이들 자취방에는 냉장고 없는 게 다반사이니 밥을 먹으려거든 아침부터 요리를 하거나 나가서 먹어야 한다. 그나마 부지런한 학생들은 쌀국수라도 한 그릇을 먹고 온다. 그마저도 시간이 안 되면 찰밥이나 반미(바게트 샌드위치), 호빵 같은 걸 싸와서 수업 전에 얼른 먹는다. 때문에 좁은 교실이 여러 음식물 냄새로 범벅이 되지만 어쩔 수 없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오들오들 떨며 빵을 삼키는 학생들을 보면 미리 문 열어 줄 테니 들어가서 먹으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생각해보면 나도 대학생 때 빵이나 편의점 김밥 같은 걸로 아침을 때우곤 했었는데… 나 때는 생각 못하고 아이들이 급히 끼니 때우는 게 안타까워진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어린 학생들과 늘 함께 지내다 보니 어려지기는커녕 엄마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껌빈전(서민 밥집)에서 밥과 몇가지 반찬을 골라 담은 음식.  반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점심 시간에 주로 먹었다.  
소금, 후추로 간한 닭고기 밥. 학교에서 자주 배달시켜 먹었다. 
좀 더 비싼 도시락
고급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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