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소리] 내가 원하는 수업

 내가 원하는 수업 

 올해 한국어 교육 단원으로 파견되며 목표한 것이 있었다. 먼저는 능력 있는 교사, 동시에 강의를 재밌게 진행하는 교사가 되기로. 

 학생들이 한국어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을 배우든 일단 재밌고 신이 나야 관심이 지속되기에 가능한 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 원어민인 나를 좀 더 활용했으면 좋겠고 나와 함께 있는 시간에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더 연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기에 말하기 수업을 맡게 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내 재량으로 얼마든 유쾌하고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교재에 나온 문법 중심으로 대화문을 따로 만들어 가는데 인물 이름을 인기 많은 아이돌 본명으로만 해도 학생들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걸린다. 가끔 수업 주제와 관련된 드라마나 예능 편집 영상을 가져가면 2,3분 만으로도 학생들의 잠을 깨울 수 있다. 

 아침 7시 수업이라 대화 연습을 할 땐 잠도 깰 겸 복도로 나오는데 탁 트인 공간에서 편한 자세로 얘기해서 그런지 대화가 꽤 잘 된다. 내가 예시로 보여준 질문보다 더 다양한 질문이 오가고 잘하든 못하든 멈추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가려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예쁘고 대견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한참을 떠들고 나면 다들 기분이 좋아져서 남은 시간에 집중도 잘하고 대답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종종 학생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그러면서 학생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수업 시간엔 조용하다가도 막상 친구와 대화할 땐 청산유수인 학생, 조곤조곤하게 말하면서도 상대방의 말에 기분 좋은 맞장구를 칠 줄 아는 학생, 공부 영 안 하는 줄 알았더니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사전을 찾아가며 열심히 얘기하는 학생…. 아이들은 항상 내 예상을 벗어난다. 그래서 같은 내용으로 3분반 수업을 해도 늘 긴장되고 기대되는 것이다. 

 이렇게 찍은 동영상은 학생들에게 보내줄 뿐 sns에 올리거나 다른 곳에 공유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전 공지를 하고 난 뒤 촬영을 시작하면 수줍음이 많이 줄어든다. 얼른 저를 찍어 달라며 나를 부르기도 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대화 대신 다른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나도 파파라치처럼 몰래 카메라를 들이대서 놀래키거나 드라마 촬영처럼 이것저것 주문하기도 한다. 

  "친구한테 그렇게 말해요? 지금 너무 무서워, 웃으면서! 입 크게! 목소리 안 들려요!"

 그럼 부러 연기하듯 얘기하는 애들도 있다.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애들이 평소에도 긴장하지 않고 말을 잘한다. 수업 중에는 늘 시간이 부족해 나중에는 셀프 촬영을 부탁하고 나는 목소리가 작거나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는 곳에 찾아 다녔다. 몇 번씩 짝을 바꾸기 때문에 차분한 아이와 활발한 아이가 만나 색다른 분위기를 느껴 보기도 하고 실력 차가 나는 학생들은 서로 가르치며 배우기도 한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동영상을 찍는 내 의도는 학생들 스스로 본인이 말할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입모양과 발음이 어떠한지를 확인해보라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이건 우리의 추억으로만 남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