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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낭소리 Oct 15. 2019

[다낭소리] 특별한 보양식

 특별한 보양식

 이제 감기도 다 나았고 날이 풀려 봄날 같았다. 여느 때처럼 ‘샤워했어?’하는 할머님의 호령에 씻고 나오는데 코워커가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있었다. 뭐하냐고 묻자 내일 떠난단다. 예? 전혀 몰랐다. 갑작스레 떠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떠나는 날에는 트렁크 가득 짐을 실었다. 이번에도 나 혼자 가면 어떡하나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코워커 가 같이 간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먹는 아침, 가족들끼리 마지막 인사와 함께 덕담을 주고받았다. 나도 떠듬거리는 베트남어로 몇 마디하고 코워커의 도움을 받아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이방인인 나를 따뜻하게 맞아 준 이 고마운 분들을 정말 잊지 못할 거다. 


 아직 베트남의 설 연휴는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올라온 게 오랜만이니 다낭 가는 길에 몇 군데 들러 구경을 하고 간다고 했다. 내려가는 길에도 친척집에 들러 함께 식사를 하거나 한 밤 자고 갔다. 

 저녁엔 보통 ‘러우’라고 하는 베트남식 샤부샤부를 먹었다. 이번 식사까지 하면 정확히 다섯 번째 먹는 것이다. 이 음식을 먹는 이유가 손님 대접용으로 좋아서인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너무나도 좋았다. 따끈한 국물에 각양 채소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곁들여지는 음식으로 몇 가지 부침과 전통 음식이 나왔다. 


 우리나라처럼 여기도 가정마다 상에 차려 놓는 것이 다르다. 나는 대체로 베트남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게 어려운 음식도 있었다. 삭힌 햄이 그러했고 발톱이 붙은 채로 삶아져 나온 닭발이 그러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먹은 닭발은 발톱도 다 정리되고 각양 소스에 버무려져 나왔는데 여기서 아무런 양념이 되지 않은 닭발을 피시 소스에만 찍어 먹는 것이 생소했다. 그래도 주시는 성의가 있어 열심히 먹었다.


 오늘은 계란부침을 열심히 먹고 있는데 대뜸 코워커가 이게 무엇으로 만든 건지 아냐고 묻는다. 안에 든 건 그냥 채소로 밖에 안 보이는데? 몇 번 설명해도 내가 못 알아듣자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더니 눈앞에 턱 하니 보여준다. 당장에라도 꿈틀댈 것 같은 이것은… 갯지렁이???!?! 


 대번에 “쌤! 이걸 나한테 왜 보여 줘요!!!”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전에 한 번 들은 것도 같다. 북부에서는 갯지렁이로 요리도 하는데 강과 바다가 이어지는 삼각주 지대에서만 나는 귀한 식재료라고. 그 귀한 음식이건만 실체를 알고 나자 젓가락이 그 쪽으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징그럽기는 했지만 아예 손을 안 댈 수는 없어 결국 몇 번 더 먹었다. 


 아아, 정말 베트남이 나를 강하게 키우는구나. 

베트남의 칼과 도마. 이렇게 둥글고 두꺼운 나무 도마와 중국집에서 사용할 법한 네모난 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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