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출산

by 디어살랑
KakaoTalk_20251224_104941788.jpg 생후 3일차 살랑이.


크리스마스 주간에 태어날 예정이었던 아기를 지금 바로 옆에서 바라보며 크리스마스이브에 쓰는 글.


35주 3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슬이 비쳤다. 기존의 분비물과 달랐기에 이건 이슬이다! 하고 직감했다. 왠지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한번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방문했다가 그 길로 입원했다. 자궁수축이 오늘 당장 애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고 36주 될 때까지만 버텨보자고. 딱 하루 입원했는데 임당이라 병원식사도 못해서 남편이 세끼 다 챙겨 와서 싸주고 딱딱한 침대에, 다인실에, 분만실 앞 진통소리에 이건 못할 짓이다 싶어서 다음날 집에 가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35주 4일, 5일.

병원에서 거의 못 자다가 집 와서 푹 자고, 눕눕도 하고 쉬었다. 집이 최고다! 하며 행복해하며 주말에 36 주되서 눕눕해제되면 쇼핑몰 가서 패딩 사야지, 하고 찬란한 계획도 세워보고. 사실 이런 계획을 세우면서도 엄마의 직감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주 안에 출산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같이 하고 있었다.


35주 6일.

아침에 일어나 가만히 서있는데 주르르륵 흐르는 양수. 올게 왔구나. 하루만 더 버티면 36주인데... 선생님도 나도 남편도, 모두의 걱정 속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애가 짱짱한데?"라는 말을 해서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다행히 아기 몸무게가 2.5kg를 넘고 자가호흡도 가능해서 인큐베이터도, 니큐도 가지 않고 로컬병원에서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제왕절개 수술과 회복 관련 이야기도 할 말이 한 트럭이지만 지금은 나보다 아기에 초점을 맞춰서 서술하려고 한다.


한국 법상 37주 미만 출산이거나 아기 몸무게 2.5kg 이하이면 미숙아다. 고로 살랑이는 미숙아다. 하지만 우리 살랑이는 2.64kg에 태어나 3.6kg로 조리원 퇴소 할 만큼 짱짱하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바로 옆에서 '짱짱하게' 울고 있다. (나도 울고 싶다...)


산후 호르몬인지 뭔지, 그렇게나 임신기간이 힘들고 이벤트도 많았는데 여유롭던 임신시절과 꼬물거리던 태동이 그리워서 별안간 눈물 주룩주룩 흘리는 산모가 되어버렸다. (정작 아기는 눈앞에 있는데...;;) 태어나자마자 모성애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던데 역시나 나는 그 경우는 아니었고, 하루하루 더 예뻐 보이는 걸 보니 나는 모성애도 적립되는 타입인가 보다.


글 마무리가 어정쩡하고, 앞으로 또 언제 진득하니 앉아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약 9개월간의 임신일기를 이렇게 정리하려고 한다. 죽는 것보다 임신하기가 더 싫었었던 나는 이제는 임신, 출산이 (정확히 말하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살면서 한 번쯤 해볼 만 경험으로 바뀌었다. 훗날 육아일기로 컴백하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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