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와 한 몸 되기, 어떻게 하는 건가요

by 디어살랑

임신성 당뇨에 당첨되고 나서 몸을 너무 움직여서일까, 며칠 전부터 아랫배가 뻐근하듯이 아파왔지만 그냥 열심히 운동해서 그렇겠지 하고 넘겼었는데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당분간 가능한 누워서만 지내세요."


그 무섭다던 임산부 눕눕 처방이 내게 내려진 것이다. 자궁경부길이가 주수에 비해 짧은 편이라고 운동 금지, 외출 금지령이 떨어졌다. 임당이 아닌 산모라면 '의사가 내려준 합법적 눕눕처방!' 하면서 팔자 좋게 늘어져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밥 먹고 난 후 식후 혈당을 강제로 떨어뜨려줘야 하는 임당 산모란 말이다! 대체 이 지긋하고도 새로운 임신 증상들은 언제까지 나를 괴롭힐까?


임신하고 멘털 터지는 순간들이 한 달에 한두 번씩 찾아오는데, 그게 바로 저 날이었다. 정말 나보고 대체 어떻게 하라고!라는 외침이 절로 나오고, 저주받은 몸뚱이 하면서 남편에게 속상함을 토로했다. 임당 진단받고 매일을 투쟁하듯 지내고 있는데 또 하나의 투쟁이 늘어버렸다. 자주 가던 닭갈비 집에 가서 일단 맛있는 음식을 입에 꾹 꾹 밀어 넣고 다시 계획을 짜보기로 했다.


일단 운동을 못하니 식단을 더 클린 하게 먹어야 했다. 가끔 소위 말하는 일탈을 하고 그냥 힘들게 운동하지! 생각했는데 이제는 일탈도 거의 하지 말아야 했다. 아침은 혈당이 안정적인, 매일 똑같은 고정식으로 먹기 시작했고 아침, 점심, 저녁 먹고 뒷정리하는 거 제외하고는 그냥 소파에 앉아서 쉬었다. 어랏? 근데 혈당이 생각보다 튀진 않는다. 오히려 열심히 운동하고 나면 뒤늦게 올라가던 비정상적인 혈당패턴이, 밥 먹고 높이 올랐다가 천천히 떨어지는 기본 패턴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밥 먹고 나면 시계 보면서 체조하거나 문 밖으로 뛰쳐나갔던 시절에 비해서 시간 긴장감, 운동 강박감도 덜해졌다. 스트레스도 덜 받고 이거 꽤 괜찮은데...?

오히려 복병은 눕눕에 있었다. 가능한 누워만 있으라는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일단 나는 임신 전부터 역류성 식도염이 가끔 있었어서 밥 먹고 2시간은 절대 하늘이 두쪽 나도 눕지 않는다. 8시쯤 아침 먹고 나면 누울 수 있는 시간이 10시쯤. 근데 임당 환자는 식간 간식도 꼭 챙겨줘야 한다. 그럼 결국 못 눕고 10시에 간식을 먹으면 또 못 눕는다. 그러다 보면 점심 먹을 시간이 되고, 점심 먹고 난 후 2시간 또 못 눕는다. 그러고 또 간식 먹어야 하고... 또 못 눕는다. 대체 언제 누울 수 있는 거지? 간식을 안 먹자니 그럼 하루탄수량이 모자라서 케톤이 나온다. 그럼 간식대신 식사시간에 탄수량을 늘이면 혈당이 올라간다. 아, 어쩌라고.


어느 날은 간식을 무시하고 그냥 누워봤더니, 졸리다... 스르륵 잠에 빠져들었고, 낮에 진득이 잤더니 결국 밤잠을 설쳐버렸다. 진퇴양난이라는 말, 나 자신에게 쓸지 몰랐는데 딱 지금 그 꼴이다. 그리고 누워서 할 수 있는 거라곤 티브이 보기, 라디오 듣기 정도인데 글 쓰는 거 좋아하고 책상에서 사부작 거리는 거 즐기는 나로서는 정말 힘들다. 누군가 그러던데, 누워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나도 그랬으면!


내 몸무게는 임당 식단 때문에 몇 주째 그대로지만, 아기는 쑥쑥 잘 크고 있음에 감사해야지,라고 오늘도 자기 최면을 거는 하루. 그리고 1살 된 아기 육아하고 있는 친구의 외침을 잘 듣기로 했다.


"그냥 누워! 더 누워! 즐겨! 지금 아니면 못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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