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바위란. 1 교묘한 속임수로 물주가 돈을 따는 노름의 하나. 2 협잡의 수단으로 그럴듯하게 꾸미는 일의 총칭을 말한다. 나는 1번에 해당하는 의미로 야바위에 처음 낚였다. 그 날은 큰 아버지 댁으로 세배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인적 뜸한 지하도를 건너는데 장기판을 주위로 몇몇 구경꾼들이 둘러있었다. 장기판의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몇 개의 장기알을 놓고 이거 한 수만 둬서 왕을 잡아보란다. 장기를 시작하기 전에 건 돈의 두 배를 주겠단다.
난 호기심에 별생각 없이 서너 명의 사내 틈에 서서 구경하게 됐다. 판을 보다가 길이 보였다. 장기를 잘 못 두는 나였지만 이건 식은 죽 먹기처럼 답이 나와있는 판이었다. '아 이거 이렇게 하면...', '말하지 마시고 하시려면 돈을 걸고 시작하세요' 나는 얼른 돈 만원을 꺼내 주고 좌판 주인의 맞은편에 쪼그리고 앉았다. 구경꾼들도 '이건 그냥 먹는 판이야..'라며 하이에나 같은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말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말을 놓았다. 내 예상대로 흘러갔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음 수를 놓으며 장군을 외쳤다. 그러나 웬걸, 전혀 생각지 못했던 수로 그는 나의 말을 해치웠고 판세는 반전되었다. 당황해 패닉이 된 나는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았다. 사고 순간 일생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고 하는 증상이 내게 일어났다. 아침에 집을 나서 큰 댁으로 가는 모습, 인사드리고 덕담 나누던 순간, 지하도에서 야바위 판에 둘러선 사내들의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튼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 수를 곰곰 생각해보았다. 도무지 수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나는 밀려오는 후회와 내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덕분에 이후로 다시 노상 야바위꾼들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야바위꾼들은 그곳에만 있지 않았다. 과학기술에 힘입어 야바위판도 세련되었다. 칭하는 용어도 여러 가지다.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원래 피싱(phishing)은 전자우편이나 메신저를 사용해 상대의 개인정보를 부정하게 얻어내는 것을 말한다. ‘피싱’(phishing)이란 용어는 private data와 fishing의 의미를 담고 있다. 파밍(Pharming), 비싱(Vishing, VoIP + Phishing), 스미싱(Smishing, SMS + Phishing)도 이와 비슷하다.
이런 것들에는 아직 낚여본 적은 아직 없다. 내가 간혹 취약하게 낚이는 것은 가짜 뉴스이다. 요즘 가짜 뉴스는 영상과 음성까지 조작하는 수준이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번 잘못된 내용의 포스팅으로 가벼운 해프닝을 벌였다. 해프닝으로 끝날 때가 대부분이지만, 사실 선의로 그 내용을 공유했던 사람들은 어리숙함을 드러내는 것 같아 조금 무안하다. '이그 쯔쯔쯪, 저런 가짜 뉴스에 낚이다니 순진한 사람이네' 이런 핀잔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에도 그랬다. 고성 산불 피해자들이 먹을 것보다는 입을 것이 부족하니 안 입는 옷을 보내자는 글이 올라와 공유하였다. 그런데 나와있는 연락처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으며, 전국에서 옷을 보내와 처치 곤란이니 더 이상 보내지 말아달라고 한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는 애교겠으나 당사자들에게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가짜 뉴스에 잘 낚이는 사람들을 위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팁을 정리해본다.
1. 흥미롭고 자극적인 제목을 조심하라
2. 기사의 출처를 확인하라
3. 기사 속 인물의 발언을 살펴라
4. 검색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라
5. 회사 소개를 챙겨보라
6. 이 메시지가 언제 전달된 건지 생각해보라
7. 당신을 화나게 하는 정보를 의심하라
8. 안 믿기는 정보는 의심하라
9. 철자가 잘못된 정보는 한 번 더 본다.
10. 메시지에 첨부된 사진을 유심히 본다.
11. 링크도 자세히 본다.
12. 그 뉴스가 다른 매체에도 있는지 확인한다.
13. 전달할 때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한다.
14. 많이 받은 똑같은 메시지는 사실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