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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Apr 11. 2019

내 삶의 목적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

친구들 사이에서 "넌 왜 사냐?"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러면 의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기 때문이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 한 구절로 댓거리하며 깔깔거리곤 했다. 학창 시절 우스게 농담 속에는 답 없는 난제에 대한 가벼운 비틀림이 담겨있다. 삶의 목적에 대해 목사님에게 물어보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살아갈 뿐이라고 했다. 스님은 깨닫기 위해 산다고 했다. 마음 나누는 지인은 그냥 산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노랫말이 현답일 것 같다.


정답이 없다고 백지를 낼 수도 없다. 어떤 답이든 스스로 만들고 채워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답 내기는 두렵다. 용기가 필요하며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책임에는 고통이 수반된다.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우리들은 매일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시도한다. 누군가 그 고통을 대신해주기를 바라며.


처음 만났을 때 스님이  내게 물었다. 처사는 왜 명상을 배우려 하시오. 마음의 평안을 찾으려 한다는 대답에 빙긋이 웃기만 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 내가 물었다. 스님은 수행을 통해 무얼 얻으셨나요. 얻은 게 없는 돈 안 되는 짓이라고 말하며 웃으셨다.


"절벽 끝으로 오라."
"할 수 없어요. 두려워요."
"절벽 끝으로 오라."
"할 수 없어요. 떨어질 거예요!"
"절벽 끝으로 오라."
그래서 나는 갔고,
그는 나를 절벽 아래로 밀었다.
나는 날아올랐다.


영국 시인 크리스토퍼 로그의 시이다. 내 삶의 목적은 여전히 절벽 끝에 서고자 하는 용기이다. 수동적 모습에서 벗어나 날아오를 자유를 소망한다.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 절벽 끝에서 밀어주기를 바란다. 나의 묘비명엔 "걸림 없이 지구별을 여행하고 간 자유인"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적지 않은 시간을 여행 계획만 짜면서 보냈다.


릭 워렌이 쓴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 그 책 말고도 삶의 목적,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내용의 책들은 많다. 책들은 한결같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주관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말한다. 말처럼 쉽지 않다. 비교하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밀어낼수록 더 강하게 우리를 추동한다. 책을 읽으면서 공허한 끄덕임을 떨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타인의 권리를 헤치지 않는다면 우리는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살아갈 때 행복하다. 관습, 도덕, 윤리, 에티켓 등은 우리의 본능적 자유를 구속하는 비본능이다. 훈육이란 비본능적으로 살아가도록 자신을 교육하는 것이다. 인간 본능의 다른 특징은 비본능적인 것을 행하고, 본능을 초월하여 우리 자신의 본능을 바꿔가는 능력이다.


시간이 지나고 스님은 자신이 수행을 가르치며 전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우리를 꽁꽁 묶는 생각, 규율, 관습, 법이라는 그물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그건 비본능에 길들여진 노예의 삶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환자들은 상황을 대처하고 바꿀 수 없다는 두려움을 안고 심리 치료사를 찾아온다. 환자들이 겪는 ’무력감'의 뿌리에는 절벽 끝 선택을 피하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 자유를 찾아 뛰어내리지 못하는 패배감이 깔려 있다. 자신의 권한을 버린 결과이다.


버렸던 권한과 자유를 찾아오려면 지혜로운 준비와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결국 태도와 책임(Attitude & Responsibility)으로 귀결된다. 스스로 자기 영역에 대한 명확한 경계를 정할 일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기준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명징한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벼랑 앞에 서서 또다시 계획을 핑계로 멈칫하지 않는다. 가슴을 활짝 펴고 돋움 해 뛰어내린다. 그러기 위해 미리 벼랑 끝에 가본다. 절벽 아래는 얼마나 깊은지 자신의 날개로 날 수 있는지 가늠해본다. 뛰어내릴 때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날갯짓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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