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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Apr 16. 2019

게을리 사는 게 어때서?

하고 싶지 않은 게으름
자신을 무능력하게 여기고 하지 않는 게으름 
다른 일로 미루는 '바쁜 게으름'

근면과 게으름

근면하고 열심히 사는 친구가 있다. 매사를 꼼꼼하게 계획하며 성실하다. 자기 관리도 뛰어나서 삶이 짜인 듯 어긋남이 별로 없다. 그 모습이 좋았고 그것이 옳다고 생각해 그를 닮고 싶었다. 다른 한 친구는 그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고 실행이 빨랐다. 어쩌다가 손해를 보거나 일을 그르치기도 했지만, 크게 후회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어느 날인가 이 두 친구의 상반된 스타일 중 어느 것이 살아가는데 더 나을지 생각해보았다. 스스로 내린 결론은 목숨 걸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면 조금 게으르게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은 장기 레이스

치밀하게 계획하고 살아가는 친구나 조금 게을리 사는 친구나 인생이라는 장기 레이스에서 성적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느라 그는 늘 바빴다. 마음의 반은 항상 자신의 목표에 가있었다. 조금 게으른 듯 보이는 친구는 고민이 없었다. 철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빠른 결정과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주 생각 없이 사는 건 아니었다. 대략적인 방향은 정해두었지만 현재를 즐기며 살았고 자잘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삶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으며 항상 즐거운 모습이었다.


붓다가 이야기한 세 가지 게으름

붓다는 수행자의 세 가지 게으름을 이야기했다. 삶이 수행이라고 보면 그것은 우리들에게 일반화해볼 수 있을 이야기다. 하고 싶지 않아서 피우는 게으름을 두 친구에게 적용해보자. 진지하게 살아가는 친구에게 이것은 참고 해내야 하는 숙제 같은 일이다. 해도 즐겁게 하지 못하고 안 하면 마음에 짐으로 남는다. 게으른 친구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안 하고 싶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는다. 후회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다. 다음으로 그 일을 할 능력이 없어서 선택하지 않는 경우다. 진지한 친구는 그 일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해서든 채우려고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작은 목표로 쪼개어 차근차근 목표에 다가가려고 애썼다. 게으른 친구는 자신을 무능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무리해서 하지 않았다. 주어진대로 현재를 즐기며 살았다.


바쁜 게으름은 도피

우리들이 습관적으로 합리화하는 건 바쁜 게으름이다. 해야 할 일들을 앞두고 바쁜 일들이 시간을 채운다. 우리는 급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쉽게 미룬다.  바쁜 일처리로 채워진 삶은 공허함이 남는다. 삶에 대해 진지하게 사는 친구는 어느 날 공허함을 만났을지도 모른다. 게으른 친구를 부러워하 듯 자조 섞인 이야기를 했다. '열심히 사는 거나 대충 사는 거나 결과적으로 무슨 큰 차이가 있겠어'


바쁨 중독에서 해방되기

그 날 이후 그 친구는 삶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습관을 버리진 못했지만 의도적으로 현재를 즐기며 살려고 애썼다. 여행 갈 때도 계획을 세밀하게 짜지 않았으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물건들로 가방을 가득 채우지 않았다. 없으면 현지 조달, 여의치 않으면 부족한 대로 다녔다. 이전과 다른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는 게으름 대신 현실 속으로 바쁨을 붙들고 도피해왔다. 바쁨에 중독되어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것들을 게을리하며 도피해왔다. 너무 바빠서 하늘의 푸름을 볼 여지도 없었으며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만끽할 새도 없었다. 


삶을 변화시키기

친구의 삶은 변했다. 삶이 변화되려면 그 친구처럼 조금 게을러져야 할 것 같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 작지만 관심 가져야 할 일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연인 대하듯 현재를 살아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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