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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Apr 17. 2019

백만 원이 생기면 뭘 할 거야?


만약에 말이야 너한테 백만 원이 생기면 뭘 하고 싶어?


백만 원이 생긴다면

어릴 적 우리들에게 백만 원은 큰돈이었다. 그게 얼마만큼의 가치인지도 모르면서 그 정도 금액이면 뭐든 원하는 건 다 가질수 있는 줄 알았나 보다. 백만장자란 백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아무튼지 백만 원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질문을 몇 차례 받을 때마다 단박에 대답한 적은 별로 없다. 뭘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으며 결국 시원치 않은 답을 하고 말았던 것 같다.


백만 원의 꿈

돈의 가치와 물가를 알기 시작하면서 백만 원은 천만 원이 되었고 어느새 일억이 되어 0의 개수가 점차 늘었다. 백만 원짜리 백만장자의 꿈은 로또로 실현될 듯도 하여 실낱같은 확률임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게 한다. 비슷한 질문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되었다. 답변도 점차 구체적이며 현실적이 되어간다. 실물경제를 살아가는 고민들이 묻어난다. "1억이 생긴다면 빚부터 청산해야지", "여행을 떠나겠어", "10억이 생긴다면 건물주가 되어야겠지" 답변들 속에 한 가지 달라진 것도 있다. 예전엔 일단 직장을 때려치우겠다는 너스레로 시작했던 소설이 지금은 일확천금이 생겨도 웬만하면 직장은 계속 다니겠다고 한다. 백만 원이라는 상상 속의 가치는 행운의 열쇠 같은 것이리라. 행운의 열쇠의 모습도 다양하게 바뀌었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를 갖게 된다면", "유산이 많은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다면", "엄청 공부를 잘하게 된다면", "깨닫게 된다면",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이야기들이다. 무엇이 되었든 현재의 삶에서 해결하고픈 욕심의 반영이다.


외식보다 소박한 집 밥

친구 중에 골프 마니아가 있다. 직장을 다니는 그는 거의 매 주말 골프를 친다. 평일에도 자주 휴가를 내고 골프를 치러 다닌다. 돈 걱정 없이 매일 골프 치면서 살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은퇴 후에 동남아 국가에 정착하면 그게 가능하다면서 자못 진지해지기도 한다. 필리핀이나 태국에 정착해 매일 골프 라운딩의 꿈을 실현한 은퇴자들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들어가는 골프 라운딩 비용의 1/3도 안 되는 비용으로 원하면 하루 종일 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 좋던 골프가 재미없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친구가 그립다고 하고 가족들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질박한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마치 매일 먹는 외식보다 소박한 집밥이 그리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정한 유토피아

인류는 보다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달려왔다. 고도의 물질문명을 통해 구축하려는 유토피아는 용광로와 같은 대도시를 만들었다. 문명의 이기들로 집약된 우리들의 욕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도를 넘은 욕망은 탐욕이 되고 건강한 경쟁은 착취로 변질되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경쟁은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불균형적인 가난과 절망으로 우리를 몰아넣었다. 니어링 부부는 물질적인 부를 추구하는 삶이 종국에는 우리를 피폐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질적 풍요로움이 주는 부조화는 인공감미료와 같다. 풍요가 주는 달콤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자발적 가난을 택했다. 모순적 삶에서 뛰어내리기 위해 두려움으로 절벽에 섰다. 금단현상의  고통을 이겨내고 그들은 자신들만의 자유를 찾는 실험에 과감한 도전을 하였다.


조화로운 삶의 원칙

니어링 부부는 뉴욕에서 교수직을 버리고 버몬트 산골짝으로 이주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위해 몇 가지 삶의 원칙을 세운다. 삶의 필요한 의식주를 가급적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무분별한 물질적 풍요보다는 검소와 절약으로 조화로운 삶에 근접하려고 하였다. 돈을 벌지 않기 원칙을 세웠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일했다. 나머지 시간은 독서, 글쓰기와 같은 취미 생활에 투자하였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다. 여가와 휴식을 충분히 가지려고 하였다. 경제활동에 함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노동 못지않게 휴식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조화로운 삶을 위해 자연 속에서 휴식하며 충분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 하였다. 마지막으로 단순함을 추구하였다. 혼란스러운 요소를 피하고 정신적인 욕망을 멀리하기 위해 슬로라이프를 살고자 하였다. 니어링은 이것을 '평온한 속도'라고 표현하였으며 그 안에서 걱정과 두려움 대신 평정과 행복을 찾으려 하였다.


조화로운 삶의 기준

니어링 부부는 그들이 꿈꾼 조화로운 삶을 살았다. 20년 동안의 시골살이 동안 병원에 가지 않을 만큼 건강했으며 스콧 니어링은 100세, 헬렌 니어링은 91세까지 살았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무병장수의 복을 누렸다. 삶의 가치는 스스로 부여하는 가치 기준에 따라 다르다. 도시인들의 눈엔 그들의 삶이 무의미해 보일 수도 일을 것이며, 낙오자의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니어링 부부가 이야기하는 조화로운 삶의 기준을 들여다본다.


하루에 한 번씩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가질 것
일 년에 한두 달은 여행을 할 것
커피와 차를 멀리하고 간소한 식사를 하며 설탕과 소금을 삼갈 것
깨끗한 양심과 깊은 호흡을 유지할 것
적게 벌고 그보다 더 적게 쓸 것
평화주의와 채식주의를 지킬 것
무엇보다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


원숭이 사냥법

인도의 열대림에서는 독특한 방법으로 원숭이를 잡는다. 작은 나무 상자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견과류를 넣은 뒤, 위족에 손을 넣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어 놓는다. 상자 속 견과를 움켜쥔 원숭이는 구멍에서 손을 빼지 못하고 사냥꾼에게 잡힌다.. 움켜쥔 원숭이의 주먹은 구멍에서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손에 잡은 것을 놓지 않는 원숭이의 습성을 이용한 사냥법이다. 우리는 여전히 결단의 절벽에 서기를 두려워한다. "로또만 맞으면"으로 변한 어릴 적 '백만 원짜리 백만장자'의 신기루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바나나를 놓고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바나나를 쥔 채로 사냥꾼을 만난 원숭이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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