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 내리는 퇴근길, 동네 카페로 향했다. 약속 없는 날엔 그곳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그 아담한 카페는 테이블 다섯 개가 놓여있다. 평일 저녁시간에는 이따금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을 뿐 주인이 혼자 지키고 있을 때가 많았다. 작년에는 논문을 쓰느라 근처 시립도서관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마감 기일이 가까워지면서 수험생처럼 가벼운 압박감을 느꼈다. 그에 비하면 카페에서의 독서는 사치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퇴근 후 카페 독서를 즐겼다는 고영성 작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의 말처럼 도서관과는 다른 몰입감이 있다. 편안하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나처럼 책을 들고 들어온 손님을 처음 만났다. 내심 반가웠다. 서로 본 적도 없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는 그에게 연대감마저 느꼈다. 잔잔한 음악소리에 간간히 들리는 그와 나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특별한 약속 없이 차 한잔과 함께 독서에 몰입하는 그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올해 세운 계획 가운데 하나가 독서와 글쓰기다. 흐지부지될까 싶어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다. 살고 있는 주변에 독서모임을 찾지 못해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연대의 힘은 강력하다. 정보공유와 교류의 즐거움은 커뮤니티를 끈끈하게 결집시킨다. 콘텐츠와 브랜드의 시대는 우리에게 숙성의 시간을 마주하게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독서와 글쓰기가 놓여있다. 의지가 꺾이지 않으려고 우리는 적지 않은 기회비용을 투자한다. 석사나 박사 과정에 들어가는 이유도 이런 시각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학위 없이도 논문을 쓸 수 있지만, 그 의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비싼 학비와 많은 시간을 투자해 자기 자신을 밀어 넣는 것이다. 요즘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문학 모임들이 왕성하다. 대개는 서로의 활동을 보증금으로 약속한다.
내일 저녁에도 퇴근길 카페에 앉아 책을 읽어야겠다. 그곳의 보증금은 한 잔의 커피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