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지능이라는 개념이 20세기 초에 소개된 이래 지능지수(IQ)에 대한 환상과 믿음은 세기가 넘도록 유지돼왔다. 1983년 하워드 가드너는 그의 책 <마음의 틀>을 통해 다중지능 이론을 체계화하여 발표하였다. 그의 이론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꿔주었다. 그가 주창한 8개 범주의 지능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으며 적절한 수준까지 개발할 수 있다. 각 지능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각각의 지능 내에서도 그것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라는 주제에 맞춰 그 8가지 지능 분류에 따라 나 자신의 재능을 가늠해보았다.
1. 언어지능: 85
어머니의 기억에 따르면, 어린 시절 어느 날, 내가 씩씩거리면서 집에 들어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며 방 한 편에 앉아 혼자 중얼대듯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 옆에서 엿들어보니 혼자 욕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내게 무슨 영문인지 알아보니 골목에서 놀다가 동네 형과 시비가 붙었던 모양이다. 힘으로는 부치고 말도 안 통하자 화가 나 집으로 들어와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다음번에는 흥분하지 말고 이렇게 조리 있게 이야기를 하라고 조언해주셨다고했다. 그런 기질 때문인지 이후로 의견 충돌이 생기면 논리적으로 상대를 반박하는 쌈닭 같은 언어습관을 갖었나 보다. 다른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불편한 주장에 앞장서곤 해서 누군가에게는 힘이 돼주기도 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움을 사기도 했다.
2. 음악지능: 70
음악이론은 재미없었지만 음악시간을 좋아했다. 급우들 사이에 묻혀서 합창으로 부르는 걸 선호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 친구의 오래된 기타를 잡아보았다. 나는 학원을 다니지도 못했고 기타도 없었지만 친구의 기타로 포크송을 독학으로 배웠다. 부럽게도 같이 쏘다니던 송빡은 기타를 샀다. 그 녀석은 음치였다. 음정은 물론 박자도 도무지 맞추질 못했다. 송빡이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를라치면 우리는 귀를 막아야 했다. 음치가 악기를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녀석은 여전히 음치다.
3. 논리-수학지능: 70
중학에 들어가 제일 어려웠던 게 수학이었다. 식염수 응용문제를 잘 풀지 못했다. 급기야 수학을 낙제했다. 할아버지뻘 되는 수학선생님이 "아이쿠야, 너 35점 맞았다. 큰 일났구나" 하시며 웃으셨다. 빨간 글씨로 도드라지게 표기된 35라는 숫자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 날 이후 나는 대학에 다니는 막내 삼촌을 붙들고 수학 공부를 했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던 충격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매달린 덕에 수학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2학년 때부터는 수학은 거의 만점을 받았다. 이후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면 첫 수학 수업시간을 기다렸다. 선생님은 모든 친구들의 성적을 알려주고 제일 성적이 좋은 사람을 불러내 문제풀이를 시키셨는데, 그게 거의 나였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문제를 더 틀려 차점자가 되면 기를 쓰고 다음번 시험의 문제풀이자의 영광을 되찾아오곤 했었다.
4. 시각-공간지능: 70
은물, 입체도형, 입체구조에 관심이 많았다. 디자인도 좋아했다. 그림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재능을 계발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구조의 이면을 유추해내는 능력도 보통 정도는 됐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진짜 재능 있는 친구들은 배우지 않고도 그런 능력을 스스로 발현하고 키워갔다.
5. 대인지능: 65
예민하게 알아차리기도 하지만 의도적 술수에 약삭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 스스로 콤플렉스처럼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한데 사실 그렇게 사는 게 피곤해 무대응 하는 경우가 많다.
6. 신체-운동지능: 70
축구를 잘 못한다. 아주 몸치는 아니지만 운동지능이 뛰어나지도 못했다. 순발력이나 스피드가 필요한 운동보다는 지구력, 집중력이 필요한 정적인 운동을 좋아한다.
7. 자기 이해지능: 75
내 생각과 느낌, 감정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고 통제하는 능력은 아직도 더 배워야 할 듯하다.
8. 자연지능: 60
자연의 사물이나 현상을 분간하고 분류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생각해보지 않은 지능이다. 주변의 나무이름이나 꽃 이름을 분별하는 데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아서 잘 모르는 걸 보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것 같다.
오랜 시간 종사해온 직업 특성상 언어지능이 높을 것 같다.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음색이 좋고 안정감을 준다는 주변의 평은 다행스럽고 고무적이다. 글쓰기 재능은 좀 더 개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