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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Jul 09. 2019

나는 어디로 가는가?

노 리플라이의 ‘여정’을 들으며


나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무엇이며 지금 어디에 있는가?



철들면서부터 마음속으로 끝없이 되뇌는 질문이 하나 있어. 그건 마치 동굴 속 메아리처럼 멈추지 않는 울림 같아. 먼저 다녀간 지구 여행자들도 이 수수께끼를 간절히 풀고 싶었던 모양이야. 누군가는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답을 찾아 헤맸고, 누구는 예술에 답이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신비라고 이야기했더군.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간절함으로 만난 신기루 같았어. 현답일 수는 있을지언정 정답은 못되었지. 지구를 떠나는 날까지 되새겼던 이 물음은 윤회를 타고 다시 이 땅에 녹아들었어. 불가에서는 그것을 고(苦)라고 하지만 많은 실패의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말이야.


비유하자면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냉동고에 갇혀있는 것 같아. 버터처럼 굳어있는 물질 세계인 거야. 물질계에 갇힌 우리는 생각마저 얼어붙어 버렸어. 물질계의 에너지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소망하지만 대부분 그 생각조차도 하기 어려워. 시린 하늘빛 같은 그 기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가슴에  멍자국을 남기고 있어. 돌아가야 할 그곳을 향한 그리움과 간절한 바람은 오늘도 차가운 강물에 떠밀려가고 있어. '나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멈추지 않는 질문은 여전히 이 곳에 얼어붙어 있어. 깊은 잠에서 깨어 냉동고를 걸어 나간 몇 사람이 있었어.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이 고리의 열쇠는 ‘사랑’이라고 귀띔해주었지. 그리고 서로 사랑하라고. 그들의 바람은 남아 있는 우리의 염원이 되었어. 하지만 냉동고는 사랑마저도 얼려버려 그 의미를 왜곡시켰어. 사랑은 이런 것이라고 혹은 저것이라고 주장하는 폭력들이 난무했어. 놀랍게도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의 본질을 까맣게 잊어버렸어. 사랑이라는 열쇠로 열어야 할 궁극의 여정도 목적지도.


처음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를 기억해. 그 열쇠로 이 동토를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얼어붙은 심장은 설레었지. 그것은 간절함이 되었고 꿈이 되었어.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벗어날 수 없었어. 우리의 영혼은 얼어붙은 몸을 차가운 이 땅에 누인 채 두고 떠나갔어. 그 비밀한 열쇠 없이는 육신을 가지고 스타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야. 몸과 의식의 레벨이 높아져 승화되고서야 궁극의 자리로 갈 수 있어.


잠들지 못한 너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 바닷가 모래로 별바라기가 되었어. 무너져 내린 너의 흔적들은 쓸쓸한 파도 소리에 실려 내 귀에 외치고 있어.


그것은 사랑이라고

꿈이 아니라고.

너를 부르는 그곳을 향해

그 여정을

멈추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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