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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마코치 Oct 14. 2019

슬기로운 질문을 위한 가이드

'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리뷰

가장 논리적인 사람은 항상 논리로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논리를 발휘해야 할 때와 감정을 발휘해야 할 때를 잘 구분하는 사람이다.  - 34쪽


어서티브(assertive)하다. 질문은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 38쪽


문명은 '왜?'라는 질문으로부터 발전해왔다. 문명의 진화뿐만 아니라 관계의 발전에서도 질문의 역할은 중요하다. 토론과 논박은 이슈를 명확히 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논쟁은 양날의 검과 같다. 자칫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 이면에 감정이 원인이 되거나 촉매가 되어 심각한 분쟁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대화는 어서티브해야한다. 논리적으로 선명해지기 위해 감정에 기반한 질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건설적인 대화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어떤 개그 프로그램에서 등장인물들이 말싸움을 벌인다. 서로의 말꼬리를 잡으며 우스꽝스러운 논쟁을 벌인다. 한참을 말다툼을 하다가 서로 얼굴을 보며 바보 같은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지?' 이 대목에서 시청자는 허탈한 웃음이 터진다. 조금 더 비약해보면 예의 우리의 대화가 이와 비슷하다. 우리 일상의 대화는 어서티브하지 않다. 말의 특징이 그렇기도 하다. 말을 논리적이고 선명하게 하기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일상의 언어를 논리 정연하게 할 필요는 없다. 논리보다는 교감이 더 중요하다. 말 뒤에는 감정이라는 여운이 남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아 우리를 조종한다.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그들에게 신경 쓰는지 확인할 때까지는 당신이 얼마나 많이 아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People don’t care how much you know until they know how much you care)” - 루스벨트


긍정요소를 확대하고자 할 때는 임원이나 부서 사이에 정치적인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 누구도 비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긍정 탐구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 75쪽


즉 ‘무엇이 문제인가 (what’s the problem)’가 아닌 ‘무엇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what’s working)’라는 새로운 수준과 관점에서 접근하게 만든다. 인간은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정적 동물이다. - 80쪽


대학원에서 논문 예비 발표를 할 때가 떠올랐다. 내 논문을 심사하는 교수들이 일관되고 집요하게 묻는다. '왜 이 주제를 선정했나?', '어떤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했나?', '결론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무엇인가?' 감정을 배제한 채 학생을 존중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들로 논지를 선명하게 이끌어주었다. 지도교수는 논문의 취약한 부분에 대한 조언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김 군의 논문은 전체적으로 문제의 접근에 대한 시각이 흥미롭네. 완성되고 나면 자네 논문을 인용하는 파생 논문들이 나올 걸세. 사례를 조사해서 잘 보강해보게' 매번 지도받을 때마다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셨다. 애정 어린 관심 가득한 마술 같은 말에 힘입어 논문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날수 셀 줄 알기를 가르쳐주시어, 우리들 마음이 슬기를 얻게 하소서." 성서의 시편 90편 12절의 문구이다. 날수를 세는 지혜란 결국 내 삶에도 유통기한이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 170, 171 쪽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그렇지 못한 친구들과의 차이는 '메타인지'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1976년 존 플라벨이 만든 이 용어는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한 인지 능력, 즉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나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아는 능력을 말한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도 메타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성경의 위 구절은 가르쳐준다. 사람들은 그것을 '지혜'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살까?"와 같은 질문과 후회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사실 덧없는 생각으로 그치게 된다. 그보다는 미래로 가서 미리 지금에 대해 후회해보는 것은 어떨까? - 172쪽


이처럼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면 생각하는 것을 나는 '미래의 기억'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미래의 기억'은 미래의 시간을 막연하게 무한한 것으로 여기던 생각을 제한된 시간으로 축소해서 생각하게 한다. - 174 쪽


미래의 기억, 이것은 마치 '컵에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네' 대신 '아직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같은 사고의 전환을 닮았다. 부질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우리는 '그때 그랬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하곤 한다. 만약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의 나를 돌이켜보며 후회되는 바를 조언할 수 있다면 미래에서 사용할 타임머신을 현재 구현하는 마술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또 하나는 저자의 말처럼 미래의 시간이 더욱 실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며 가늠이 되지 않는 시간이다. 미래의 기억은 바로 그 미래를 좀 더 선명하게 정리해준다.



 '취약성 기반의 신뢰(vulnerability-based trust)'라고 부르며, 조직 건강 컨설턴트인 패트릭 렌시오니는 이것이 뛰어난 팀워크의 가장 유용한 기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169 쪽


조직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나는 배리 오슈리와의 만남에서 알게 되었다. 바로 많은 사람이 ‘우리’라는 말 뒤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즉, 조직 내에서 “우리는 변화가 필요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들이 말할 때 ‘우리’ 속에 정작 자신은 포함시키니 않기 때문이다. - 250쪽


조직은 늘 변화를 꿈꾼다. 변화는 모든 구성원이 동의하는 조직의 숙제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적용될 변화 속에 자신은 빠져있다.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 변화에서 예외여야 하기 때문이다.

고루한 상사들은 '회사'라는 말 뒤에 숨는다. 자신의 의지를 숨긴 채 "회사가 결정을 하면 그리 따르는 거지..."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회사의 판단', ' 회사의 뜻'... 마치 자신의 마음은 거기에 섞이지 않은 것처럼, 그래서 그 이후에 벌어질 섭섭함과 불만 같은 것으로부터 책임을 피하려는 듯한 정체불명의 말이다. '회사'라는 말 뒤에는 폭압적인 개인의 사악한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변화와 그를 위한 장이 되기 위해서 저자는 대화에 대한 안정성 신뢰를 강조한다. 업무상 대화에서 노출한 생각으로 인해 비판받지 않는다는 안전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잘 되지 않을 일이지만 주재자가 먼저 그 긴장감을 깨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취약성에 기반한 신뢰'이다. 누구나 다 취약하며 상사인 나도 마찬가지라는 커밍아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답변의 주인’보다는 ‘질문의 주인’이 세상의 주역으로 나서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266쪽



경험을 더듬어 보면 우리의 질문은 좀 더 현명함이 필요하다. 자기주장에 함몰돼 확증편향으로 흐르면 논의는 논쟁으로 흐르고 결국 코미디가 되고 만다. 그 결과 논점은 간 곳 없고 상대에 대한 맥 빠진 증오만 남는다. 질문의 대상은 어떤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 상대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제일 먼저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남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 다음이다. 자신의 대답과 상대의 대답을 견주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판단할 수 있다. 바른 질문은 바른 답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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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장판 서평단 2기 활동으로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위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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