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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과 갓

오 마이 갓?

by 타마코치
킹덤과 갓


넷플릭스의 '킹덤'이 지난 25일 공개됐다. 넷플릭스가 처음 제작한 한국 드라마여서 국내에서 관심이 크다. 킹덤은 국외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킹덤은 사극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극 중에 다양한 갓들이 등장한다. 외국 시청자들은 이 특이한 '모자(hat)'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외국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재치가 이채롭다.



갓의 유래와 역사

두의(頭衣)를 통틀어 쓰개라고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그 역사는 오래되었다. 쓰개는 간단한 모양의 건(巾), 챙이 있는 입(笠, 갓), 실용적인 모(帽), 신분을 나타내는 관(冠)으로 나뉜다. 갓은 차양이 있는 관모를 말한다. 좁게는 조선시대 양반의 흑립을 칭한다. 반투명 검은빛의 넓은 차양은 조선 선비들의 풍모를 상징한다. 고려말부터 몽고제국의 영향으로 목장이 많아지면서 말총의 생산량이 늘었다. 매우 가볍고 질겨서 갓을 비롯해 다양한 쓰개가 말총으로 만들어졌다. 서민들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개를 썼다. 반면 양반들은 격식을 위해 착용하였다. '흑립(黑笠)', ‘흑립자(黑笠者)는 양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갓과 양반을 동의어로 본 것이다. 갓의 신분 상징성은 ‘예적 질서의 확립’이라는 유교적 이상의 실천과 연결되어 있었다.




서양인들이 만난 갓

조선을 방문했던 서양인 관찰자들에게 갓은 가장 한국적이고도 특이한 물건이었다. 그들은 우리나라를 '모자의 나라(the land of hats)'라고까지 부르며 그 예술성에 감탄하였다. 극소수의 서양인들은 갓의 중요한 사회적 용도를 이해하기도 하였으나. 일부는 갓을 쓴 조선인의 외모를 비하하기도 하였다. 1870년대 일본에 체류하면서 동양학을 연구했던 미국인 Griffis가 대표적이다. “그 너비로 보면, 이 모자는 아마도 ‘지붕’, 또는 적어도 ‘우산’으로 불릴 수 도 있을 것이다. 그 지름은 너무 커서 그들 중 하나에 넣어져 있는 사람 머리는 마치 수레바퀴에 있는 중심처럼 보인다. 그것들은 아마도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낙하산으로서도 훌륭히 기여할 것이다.”


갓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미국인 Jenings의 저서에서도 발견된다. 이 책에서 그는 갓을 “한국의 국가 모자(the national hat of Korea)” 소개하면서 “음모자들이 서로 소곤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뻣뻣한 양태를 두어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갓의 넓은 양태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한국인의 국민성을 나타낸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갓과 단발령

身體髮膚受之父母不敢毁傷孝之始也 吾頭可斷此髮不可斷
(신체발부수지부모불감훼상효지시야 오두가단차발불가단)'

출처: 네이버 웹툰 '칼부림'

'효도의 시작은 제 몸을 아끼는 것부터인데, 어찌 부모가 물려준 몸을 함부로 해한다는 것인가? 내 목을 칠 수는 있을지언정, 내 머리카락은 절대 자를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단발령에 저항한 최익현의 상소문 중 널리 알려진 대목이다. 한국인에게 머리는 신체의 어떤 부위보다 중요했다. 머리카락 또한 신체의 일부로 여겼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의 일부를 자르는 것은 유교적 가치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양반에게 상투를 자르라는 것은 갓을 포기하라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의 사회문화적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단발령과 관련해 색다른 주장도 있다. 필자도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옛날 사람들은 상투 관리를 어떻게 했을까? 정말 평생 머리를 자르지 않았을까?" 평생 머리를 안 깎는다면 숱이 많아져서 상투 틀기가 어렵다. 풍성한 상투머리로 여름 복더위를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상투를 틀 수 있을 정도만 남기고 머리 깎는 경우가 많았다. 정수리 부분을 동전 크기만큼 밀어버리고 상투를 올리기도 했다. 속칭 '배코 상투'라 할 수 있다. 이러면 상투 올리기도 쉽고 통풍도 용이해진다. 하지만 올바른 예법은 아니다. 다들 몰래 하면서도 드러내지 않았다. 상투를 잘라버리면 배코 친 게 들통나게 된다. 망신을 피하기 위해 단발령에 반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미디어 단발령

갓을 쓴 조선인을 두고 '머리에 조상신을 이고 다니는 신실한 사람들'로 표현한 어느 외국인의 우스개 말이 기억난다. 넷플릭스는 현재 190여 개국, 1억 3,9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디어 공룡이 되었다. 넷플릭스의 강점은 강력한 콘텐츠와 기술력에 있다.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국내 통신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비판 속에서 국내 월 이용자 수도 100만 명을 넘었다. 2016년에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지금도 분기별로 2,30만 명씩 증가 추세인걸 감안하면 조만간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도 석권할 것 같다. 킹덤의 공개와 함께 갓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개화기 '단발령'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생각일까? 넷플릭스가 이젠 우리의 갓(God)이 되고 있다.




<참고 문헌>


김순영(2014), 19세기 말~20세기 초 한국 갓의 인식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이기문(2019.1). 조선일보. [cited 2019.2.1.]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3&aid=0003424903&fbclid=IwAR06zauArlYzRDF_qlzQMMg4_UsB4gP8g80JLRIQ2LQUAjq0xm1LX2G34vM


김현자(2007.3). 오마이뉴스. [cited 2019.2.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400471


백옥수(2012.7). 한국의 전통 남자 쓰개. [cited 2019.2.1.]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okorie&logNo=161154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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