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질처럼 독서하기

도끼와 독서에 대한 단상

by 타마코치

도끼질을 해보았다면 처음 도끼를 잡았을 때를 떠올려보자. 한쪽으로 쏠려있는 묵직함과 그 끝에 매달려 있는 담금질된 도끼날의 번뜩임에 긴장하게 된다. 조심스럽게 들어 통나무를 향해 힘껏 일격을 가해 보지만 몸과 마음은 따로 놀듯 엉거주춤 어설프다. 나의 첫 도끼질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소싯적에 자주 다녔던 절간 스님에게서 도끼질을 배웠다. 스님을 도와 땔감 나무 작업을 하면서였다. 스님의 도끼질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작은 키에 힘 들이지 않는 듯한데도 도끼날은 정확하고 묵직하게 겨냥한 자리에 떨어졌다. 도끼날을 맞은 통나무는 두 동강, 세 동강으로 나뒹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어설픈 나무꾼이었다. 키, 몸무게, 나이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나무는 내 의지대로 쪼개지지 않았다. "타마 처사요. 이제 도끼질이 익숙해져 물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한 두해 겨울이 지나고 방에 불 때는 일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도끼질도 손에 붙었다.


도끼질에도 도가 있다고 하면 우습겠지만, 직접 해보면 도끼로 제 발등 찍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의가 필요하다. 도끼질을 잘하려면 재료가 중요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반년 이상 잘 마른나무가 좋다. 수분이 많으면 도끼날이 나무의 결을 끊어내지 못한다. 또한 통나무의 외피 쪽에서 중심으로 나이테의 결을 따라 껍질을 벗겨가듯이 도끼질을 하는 것이 좋다. 중심은 단단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바로 공략하면 잘 쪼개지지 않는다. 날이 나무에 박혀서 빼내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옹이 진 부분은 도끼질이 힘들다.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추운 날 나무가 잘 쪼개진다. 추위에 나무 조직이 움츠러진 탓이다. 물구나무 세우듯이 통나무의 아랫부분을 하늘을 향하게 놓으면 잘 쪼개진다. 물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수관의 결을 따라 도끼 날을 가하는 게 힘이 덜 든다.


요령을 터득하기 전엔 나무를 비킨 도끼가 땅바닥을 쳐 날이 상하곤 한다.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내려치려면 양손의 힘의 안배가 중요하다. 왼손으로 틀어쥐고 리드해야 한다. 오른손에 의식을 두고 도끼를 끌어 내려치면 균형을 잃어 정확히 가격하기 어렵다. 마치 검도에서 칼을 쥐고 휘두르는 것과 골프채로 스윙하는 것과 이치가 같다. 양팔의 바깥 근육 대신 안쪽 근육으로 비틀듯이 짜며 내려쳐야 정확한 임팩트로 힘을 안 들이고도 강력하게 타격할 수 있다.


박웅현은 광고업계의 미다스 손이다. 그는 책을 도끼에 비유했다. 업계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자신의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은 인문학이고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고 단언한다.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과 잠자던 세포를 깨우데 책이 도끼가 되었다고 한다. 그 도끼를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두꺼운 얼음들이 깨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인문학이란 이렇게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글을 읽으며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다. 풍요로운 감수성으로 더 많은 행복을 찾는 훈련을 하는 것이 독서의 의미라고 이야기한다.


도끼질의 요령을 독서에 적용해보자 우선 좋은 책을 골라야 한다. 좋은 책은 많이 읽어봐야 분별할 능력이 생긴다. 지나치게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권장도서 목록이나 스터디셀러를 중심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좋겠다. 처음부터 너무 어렵거나 두꺼운 책은 피한다. 두꺼운 책들 중에 진지하고 충실한 책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독서습관이 들기 전까지 피하거나 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면, 두꺼운 책을 읽기 전에 간략하게 정리한 책들을 먼저 읽어 윤곽을 잡는 것이다. 만화 같은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고 나서 두꺼운 본서를 읽는 다면 훨씬 부담이 줄어든다.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이라는 책이 있다. 아이들에게 고전을 소개해주려고 사주었는데 내가 더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몇 권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본서에 도전해 읽었다. 나는 한 권의 책을 집중해 정주행 하기도 하지만, 대게는 2, 3권을 돌려가며 동시에 읽곤 한다. 한 권을 읽다가 분위기를 바꿔서 두 번째, 세 번째 책으로 스위칭 독서를 한다. 이럴 경우 전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분야의 책들로 구성을 한다.


도끼질은 집중력을 길러주는 좋은 운동이다. 적당한 운동량으로 시골생활에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독서도 이와 같다. 녹슬고 어설프더라도 꾸준하게 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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