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에서 종일 독서와 밀린 일을 하며 보냈다. 그중 한 가지는 어제 손에 쥔 피터의 책 읽기였다. '시작노트'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박하게 담고 있다. 살면서 점점 확신하게 되는 것은 평범이 비범이고 기적이라는 사실이다. 종교나 영적 활동으로 전해지는 이적들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예수님의 오병이어의 기적을 본 사람들의 삶에 커다란 영적 성장이 있었는가? 공중부양을 했거나 보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깨우쳤는가? 이적은 신기루 같은 것이다. 이런 이적들로 내가, 우리가, 사회가 더 나아질 때라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초등학교 때 개구리 해부를 통해 동물의 장기를 처음 보았다. 눈에는 호기심으로, 마음에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가슴이 쿵쾅거렸다. 배를 가르고 드러난 장기들의 모습은 그림으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 유독 눈에 띈 것은 바쁘게 콩닥거리는 개구리의 심장이었다. 작은 핏덩어리 같은 심장은 오래도록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심장을 계속 뛰게 만드는 걸까 궁금했다. 정상인이라면 하루에 심장은 약 10만 번을 박동하며, 폐는 약 2만 번을 호흡한다. 매 순간 일어나는 이 기적을 통해 우리는 지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을 기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시작노트' 속 이야기들은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피터의 일상들을 담고 있다. 기적을 향한 고군분투기이다. 맥박과 호흡도 매번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명유지라는 분명한 방향성을 향해 매 순간 시도되는 맥박과 호흡으로 기적처럼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 피터의 책은 성공노트가 아니다. 실패의 이야기도 같이 실려있다. 피터는 반복되는 시도(trigger)를 통해 주변인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있다. 멈추지 않는 그 지향성이 기적 같은 일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적 노트'이다.
기적은 머리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적은 손, 발로 만들어진다. 그의 말대로 우리 중 상당수는 만성 실행장애를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장애 속에서도 우리 존재가 축복인 것은 여전히 심장이 뛰는 기적을 거저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에게 오늘 일어난 일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일을 말해 보라 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어제처럼 별일 없었다고 말한다. 바로 그 별일 없음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기적처럼 망각하고 있다. 삶의 기적은 우리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작은 박동에 있다. 그 의미를 찾는 기적의 대열에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시작 노트'는 나에게도 시작이라는 도전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