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2

by 타마코치

재즈 연주를 가족에 비유해보면 베이스는 노련한 할아버지라 할 수 있다. 굵직한 저음은 전체적으로 배경을 잡아준다. 드럼도 이와 비슷한데, 좀 더 강약이 분명하게 흐름을 이끌어주는 아빠와 같다. 피아노는 마치 엄마처럼 연주에 색을 입혀준다. 맛난 음식으로 포만감을 주기도 하고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색소폰과 트럼펫은 그 위에 올려진 아들과 딸이다. 자신의 순서가 되면 누구나 나머지 식구들의 응원을 받으며 각자의 장기(Adlib)를 뽐내기도 한다.


재즈가 다른 음악과 다른 점은 즉흥성에 있다. 같은 곡이지만 연주는 매번 다르다. 연주가 항상 똑같다면 그건 재즈라고 할 수 없다. 즉흥연주(Impovisation)는 귀가 중인 술 취한 아저씨 같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일으키는데 갈지자로 걸으면서도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흥에 겨워 큰소리로 노래 부르기도 한다. 걷다가 마주친 사람과 주절거리거나 불만에 차 투덜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길을 잃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도착한다.


C의 삶도 그러했다. 그가 술에 취하면 감당하기 어려웠다. C는 통뼈인 데다 체력이 좋았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줄 몰랐다. 그런 C의 새로운 결혼 생활이 내심 걱정스러웠다. 몇 달쯤 뒤 C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울음 섞인 목소리였다. C가 지난밤에 술로 인사불성이 되었으며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게 계속 반복되고 있어서 걱정된다며 넋두리하였다. 난 술이 깬 C에게 몇 번인가 잔소리를 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큰 문제없이 살았다.


어느 날인가 C는 미국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내게 말했다. 처가 식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하고 거기서 조촐한 결혼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 비자가 거절됐다. 직장인이 아니고 수입이 일정치 않은 그에게 미국 비자가 쉽게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자를 받았다고 해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묻는 내게 C는 색소폰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C는 예전에 비공식 청와대 만찬장에 연주자로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다. 색소폰을 좋아하는 미국 대통령이 방한을 했을 때였다. 그를 위해 한국 나팔쟁이 중에 한 사람을 섭외했는데 그가 C였다. C의 연주에 원더풀! 굿 잡!이라고 칭찬한 미 대통령과 잠깐 협주도 했다. 그것을 실마리로 C의 미국인 장인이 인맥을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C의 인생은 재즈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재즈는 국악과도 닮았다. 시나위는 육자배기토리로 된 허튼가락 즉 즉흥적으로 가락을 엮어가는 기악을 이르는 말인데 재즈의 애드리브와 그 의미와 기법면에서 통한다. 한 번은 피리 연주자와 C와 함께 공연 후 뒤풀이에 합석한 적이 있었다. 취기가 오른 두 사람은 노래를 멈추고 각자의 악기를 꺼내 들고 배틀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소절을 주고받거나, 경쟁적으로 싸우듯 동시에 연주를 해대기도 했다. 안 어울릴 듯한 동서양 두 악기의 연주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재즈를 들으면 자유로움을 느낀다. 그것은 방종과는 다르다. 방종은 자유에 취해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다. 재즈는 즉흥적 자유를 추구하면서 주선율과 흐름을 잃지 않는다. 개별적이면서 전체적이다. 나의 삶도 이렇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다. 마치 재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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