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공 좀 차나?

나의 운동의 역사

by 타마코치


"자네! 공좀 차나?" 오래 전 회사에 입사해서 선배로 부터 받은 첫 질문이다. 체육대회를 앞두고 부서의 전투력 보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축구를 잘하는가 못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조직생활의 판도가 달라진다. 성인이 되면 음주량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다. 학창시절 체육활동 시간에 벌어지는 축구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면 그 인기는 급격하게 치솟는다. 친구들 사이에서 입김도 커진다. "신병! 볼좀 차나?" 입대해서도 같은 질문을 받는다. 축구를 잘 하는 신병은 선임병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군대생활이 풀린다.


불행히도 나는 축구를 잘 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젬병이다. 개인마다 잘 하는 운동 스타일이 있다. 크게 축구형, 농구형, 라켓형으로 분류해 보겠다. 축구형은 일반적으로 몸이 날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다. 대부분의 종목에 서 평균이상의 실력을 보인다. 성격적으로도 외향적이며 활동적이다. 농구형도 축구형과 비슷하긴 하나 넓은 공간에서의 운동 감각은 축구형보다 못한 것 같다. 제한된 공간에서 좀 더 섬세한 몸놀림에 익숙하다. 라켓형은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 야구 등 뭔가 장비를 들고 하는 것을 좋아한다. 축구형, 농구형과는 달리 조금 요란한 느낌이다. 물론 이것은 극히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나의 운동의 역사를 잠시 떠올려 보았다. 축구는 이미 접근 불가였고, 수영은 물이 두렵기도 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는 농구에 재미를 붙였다. 한동안 방과 후나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종일 아이스크림 내기 게임을 했었다. 친구들 중에는 농구를 꽤나 잘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키가 크고 몸이 유연했다. 점프를 하면 체공시간도 길었다. 우리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의 기술들을 흉내냈다. 압둘 자바,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매직 존슨 같은 선수들의 화려한 몸놀림을 흠모하였다. 간혹 우리 중에 누군가 가까스로 덩크슛을 성공하기라도 하면 경탄해마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검도를 시작했다. 호구와 보호대를 착용한 채 운동하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검도는 많은 땀과 폐활량이 필요하다. 상상 이상으로 격렬하다. 또한 몸을 넘어 마음과 정신의 운동이다. 검도 용어 중에 ‘사계(四戒)’라는 것이 있다. 네 가지 경계할 마음이다. 경(驚·놀라는 것), 구(懼·두려워하는 것), 의(疑·의심 품는 것), 혹(惑·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대련 중에 상대의 기합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한다. 상대가 기술을 걸면 진짜 기술인지 속임수인지 판단이 안 서 우물쭈물하게 된다. 순간적으로 공격해 들어갈 때 내 기술에 대한 의심과 혼란 때문에 타이밍을 놓치곤 한다. 그래서 기본중의 기본이 바로 ‘존심(存心)’이다. 어느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는 마음자세를 말한다. 공격하기 전은 물론 공격이 성공한 뒤에도 존심을 발휘해 동요하지 않아야 한다. 평생 운동으로 삼고 싶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2단 도전을 앞두고 접어야 했다.


그리고 한동안 산을 다녔다.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산에 오르는 걸 좋아했다. 등산모임을 따라다니며 강원도 일대 산들을 다녔다. 회원들 중에는 해외 트레킹을 하는 전문 산악인들도 있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머리 속이 비워진다. 눈으로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풍광이 들어온다. 땀 흘린 후 맑은 공기 속에서 나누는 음식과 이야기가 즐거웠다. 지금은 2시간 이내의 산행을 가끔 하는 정도다.


골프를 시작했다. 올해로 구력은 십수년이 됐지만, 실력은 변변치 못하다. 골프는 여러가지로 이야기 거리가 많은 운동이다. 격하지는 않지만 멘탈, 전략, 기술, 지구력, 매너, 집중력 등이 필요하다. 물론 돈도 제법 든다. 나이가 들어 언제든 골프치러 갈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이야기 한다. 시간, 돈, 좋은 친구, 건강을 다 갖추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후의 운동은 뭐가 될지 모르겠다. 한동안 빠져있던 명상과 연결해 요가를 배우면 어떨까 생각중이다. 나이들수록 몸이 뻣뻣해져서 스트레칭 위주의 운동이면 좋을 듯 하다. 더 나이가 들면 게이트볼을 해야할거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최후의 운동은 아마 숨쉬기가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처음 와서 시작한 운동도 숨쉬기였다. 결국 숨쉬기로 시작해 숨쉬기로 돌아간다. 그래서 숨쉬기가 중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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